[유통가이사람] 마그넷 바이어 金 希 耕 과장‘할인점=싸구려’ 이미지 없애겠다
80년 롯데쇼핑 입사, 20년만에 첫 여성과장, 판매일선에서의 경험, 바이어 일에 큰 도움
『할인점의 주고객층인 여성들의 구매패턴에 맞는 상품을 많이 개발해 할인점과 함께 성장하고 싶습니다』
롯데백화점에서 지난 5월 마그넷 사업본부로 이동, 언더웨어 바이어를 맡고 있는 김희경(金希耕·39·사진) 과장은 마그넷의 첫 여성 바이어다.
할인점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을 이해하고 상품 다양화를 통해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여성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한 마그넷 사업본부장이 백화점에서 남성 와이셔츠 AS(보조)바이어로 일하던 金과장을 마그넷으로 스카웃한 것.
일 욕심 많기로 소문난 金과장은 마그넷에 오자마자 임산부 전용 속옷 「아르보 마터니티」라는 할인점 브랜드를 새로 선보였다. 속옷시장이 할인점으로 점차 옮아오고 있는 만큼 다양한 상품구색을 갖춰 소비자들을 붙잡아야 한다는 전략 아래 새 브랜드를 내놓았다.
金과장은 『소비자들이 아직도 할인점 상품을 「싸구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격은 저렴하되 고품질로 승부해 그런 이미지를 불식시켜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 앞으로 몇년동안은 해야할 일이 아주 많을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여성이라는 사실보다는 오랫동안 직접 판매일선에서 일한 경험이 바이어라는 일에 훨씬 도움된다』는게 金과장의 생각이다.
여상을 졸업한 지난 80년 판매직으로 롯데쇼핑에 입사한 그는 백화점 매장 관리, 상품 운반, 창고 정리 등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다져 20년만인 지난 5월 과장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더욱이 金과장을 얘기할때 「롯데쇼핑의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가 항상 뒤따른다. 현재 롯데쇼핑 내에 여성 과장은 로얄 패밀리(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손녀 2명)를 제외하고는 金과장이 유일하다.
지난 97년 영등포점 신사 스포츠팀의 세일즈매니저(SM)가 됐을 때도 여성이 신사복 SM을 맡은 것은 처음이었다. 『신사복 사원들이 대부분 남성들이었기 때문에 사원들을 관리하는 SM을 여성에게 맡긴 것은 의외였다』고 金과장은 회고한다.
1년새 백화점에 여성 AS바이어들이 많이 늘어났지만 98년에 여성 AS바이어가 된 것도 그가 맨 처음이었다.
金과장은 사내에서 항상 「여성 최초」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다니다 보니 결혼도 뒷전으로 밀려 아직 미혼이다.
그는 『내가 자리를 잘 잡아야 앞으로 후배 여성 바이어들이 많이 나올수 있다는 생각에 어깨가 무겁다』면서도 『정년 퇴직할때까지 늘 처음같은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효영기자HYLEE@SED.CO.KR
입력시간 2000/07/09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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