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단독 인터뷰] 2004년 노벨경제학상 핀 키들랜드 교수

"한국 새정부 일관성 있는 정책 펴야"


“외국인 투자가들이 한국 투자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바로 정책의 일관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경제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죠.” 지난 200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핀 키들랜드 미국 UC샌타바버라대학 교수는 18일 본지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지적하고 “한국의 새로운 대통령은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5, 6개월 후의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5년, 10년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황이 변했다고 해서 애초에 수립한 경제정책을 수정한다면 이도저도 아닌 결과를 낳게 된다”며 “단 좋은 정책을 일관성 있게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3년 화폐개혁을 실시하기 전까지 인플레이션율을 100% 이상 지속적으로 유지한 터키를 예로 들며 무조건적인 정책 일관성 유지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키들랜드 교수는 세계적인 동태적 거시경제학자로 정부가 경제상황이 변화할 때마다 정책목표를 변화시키는 현상을 분석하고 이 경우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져 어떤 정책목표도 달성하지 못한다는 ‘동태적 비일관성(Time Inconsistency)’ 이론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바 있다. 한편 최근 전세계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고물가 현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후폭풍으로 성장 둔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었던 1970년대에서 1980년대 초의 인플레이션율이 10%를 넘어선 것에 비해 현재 물가상승률은 2~3% 수준으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전세계 경제가 상호의존적인 만큼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여파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회복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경제와 함께 전세계 경제의 중요한 축으로 떠오른 중국에 대해서는 “정부가 경제와 관련된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고 있어 전망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국가가 모든 것을 완벽하게 통제ㆍ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시장원리에 맡기지 않고 국가가 주도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키들랜드 교수는 자신도 노르웨이 출신으로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대학에서 줄곧 강의하고 있다며 “다양한 의견을 공유하면서 자극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환경이 열려 있다는 것이 미국 교육체계의 장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대학들도 이 같은 점을 배울 필요가 있으며 해외로 유출된 인적 자원이 돌아올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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