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 "나 지금 떨고 있니"
건설산업기본법 시행 앞두고 긴장… 윤리교육으로 '분주'
27일로 다가온 건설산업기본법(건산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건설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건산법은 수주와 관련해 발주처에 뇌물이나 향응을 제공한 사실이 적발될 경우 해당 건설사에 최장 1년간 영업 정지 처분을 내리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자칫하면 직원들의 뇌물 때문에 멀쩡한 회사가 망하는 사태까지 발생할 수 있어 건설사들은 직원들을 상대로 '윤리 서약서'를 받는 등 집안 단속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를 뇌물로 봐야하는지 구체적인 기준도 없는 등 법 내용이 너무 포괄적이어서 건설사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 건설업계, 윤리교육으로 분주
건설사들은 임직원들을 상대로 건산법에 대한 강연을 실시하고 윤리교육을 강화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급급하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산법 시행과 관련해 건설사들의 최대 관심사는 누가먼저 `시범케이스'에 걸리느냐는 것"이라며 현재 분위기를 전했다.
포스코건설은 최근 전직원에게 건산법 개정안을 준수하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해 제출토록 했으며, 특히 취업규칙에도 `수주와 관련해 뇌물을 제공하거나 받았을 경우 징계한다"는 항목을 신설했다.
한수양 사장은 최근 회의석상에서 "앞으로 수주활동은 오로지 정성과 발품으로해야 한다"며 "건산법을 교묘히 피해 성과를 얻고자 하는 사람은 우리 회사의 임직원으로서 운명을 같이 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현대건설도 내달초 본사 각 부서 팀장급 이상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건산법 설명회를 열고 영업활동시 주의할 점 등을 교육할 예정이다. 또 최근에는 전직원들을 대상으로 현대 인재개발원에서 개발한 윤리경영에 관한 사이버교육을 받게 했다.
대우건설 박세흠 사장은 시행령이 발효되는 27일 전직원들에게 영업활동시 몸가짐을 각별히 조심하도록 당부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낼 계획이다.
◇ 커지는 불만.. "시범케이스만 피하자"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된 건설업계의 뇌물 수수관행을 뿌리 뽑는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업계의 불만도 커지고있다.
법 자체가 너무 포괄적인데다 직원의 개인 비리도 회사가 연대책임을 지도록 돼있는 것은 위헌적인 성격이 짙고 최장 1년간 영업정지도 너무 가혹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건산법 시행령 개정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어디까지를 뇌물로 봐야 하는지명확한 기준도 없어 건설사로선 시범케이스만 피하기 위해 무조건 바짝 엎드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D사 관계자는 "지금 상황은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된 초기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며 "어디까지가 뇌물인지 구분도 명확치 않아 친분이 있는 발주처 사람들과 골프치는 것도 안되는지 헷갈려 일단 시범케이스만 피하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S사 관계자는 "공사 수주를 위해 회사와 상관없이 뇌물과 향응을 제공하는 직원이 있을 수도 있는데, 수많은 직원 중에서 이런 직원을 어떻게 가려낼 수 있겠느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회원사를 상대로 건산법과 관련한 교육을 하려고 해도뇌물의 기준 등 구체적인 내용이 나온 것이 없어 교육을 못하고 있다"며 "구체적인시행령이 마련되면 지방 순회교육 등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입력시간 : 2005/08/26 06: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