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준공업지 아파트' 보류후 시장 반응

"언젠가는 될 것" 기대감만 키워
구로·영등포등 호가 껑충…매물도 거의없어
市개발이익 환수장치 마련 가능성엔 촉각
"이미 가격 많이 올라 추격 매수는 신중해야"



“서울시와 시의회가 줄다리기하다가 결국 어떤 식으로든 개발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만 커졌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D공인 K사장은 시의회가 일단 준공업지 공장부지 전면개발안의 본회의 상정을 보류한 직후인 지난 10일 “전체적으로 정중동의 분위기지만 매물이 많지 않아 호가도 따라 오르는 조짐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공장부지가 있는 금천구 시흥ㆍ독산동, 강서구 가양동, 구로구 개봉ㆍ오류ㆍ구로동, 영등포구 문래ㆍ당산ㆍ양평동, 성동구 성수동 등의 준공업지와 주변 부동산시장에서 개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시의회가 준공업지의 전면개발(주거용도 이외 시설이 30% 이상이면 나머지는 모두 아파트 개발)을 추진하는 데 대해 시측은 일단 강력한 반대 입장을 보였지만 개발이익환수장치 마련을 전제로 일정 부분 규제완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773만㎡의 시내 준공업지 중 공장부지(25%, 나머지는 도로 등 기반시설과 주택 혼재)에 아파트 개발이 전면 허용되면 가뜩이나 불안한 주변 시장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실제로 시가 1월 조례를 바꿔 주택재개발예정구역으로 지정한 9곳(영등포 7곳, 성동구 2곳)에서 공장 면적의 80%에 비주거용 건물을 지으면 나머지에는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규제를 소폭 완화하자 주변시장이 들썩거렸다. 이미영 스피드뱅크 분양팀장은 “대성이 신도림 공장에 오는 2011년 완공목표로 디큐브시티 복합단지 개발에 나서자 주변 부동산 값이 크게 올랐다”며 “준공업지역이 투기장화하는 것은 물론 주변 시장마저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실제 영등포의 준공업지 내 공장과 노후주택 지분은 물건마다 천차만별이기는 하나 지난해보다 3.3㎡당 300만원 오른 1,800만원 안팎까지 호가가 상승했고 그나마 물건도 잘 나오지 않고 있다. 인근 현대아파트 전용 60㎡도 2억9,000만원 안팎으로 지난해보다 5,000만원이나 올랐다. 금천구 일대도 2년째 공터 상태인 시흥동 대한전선 부지개발 기대감과 내년 말 독산동 군부대 이전계획, 시흥뉴타운 추진 등으로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대한전선과 부대 주변 중소형 지분 값이 3.3㎡당 1,5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50% 급등했다는 것이 현지 중개업소의 얘기다. 가양동 일대에서도 CJ(가동중단)와 대상(공장이전) 부지개발 기대감에다 내년 9호선 개통, 인근 마곡지구 개발추진 등이 어우러지며 들썩거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가양동 K공인의 한 관계자는 “현재는 소형 아파트 중심으로 올랐지만 공장부지가 전면 개발되면 인근 부동산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수동의 준공업지도 중소형 지분 값이 3.3㎡당 400만원가량 올라 2,500만원까지 호가가 높아진 상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개발 기대감이 상당 부분 반영돼 가격이 많이 올랐고 시가 산업기반 와해와 해당 기업에 대한 특혜 논란을 들어 강력한 수준의 개발이익환수장치를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은 “준공업지 공장 개발이 가속화되면 주변 시장이 다시 한번 뛸 가능성도 있지만 이미 가격이 많이 올랐고 시가 강력한 개발이익환수장치를 강구할 것으로 보여 추격매수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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