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후 갑자기 이념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현명관 부회장이 ‘우리경제는 현재 최대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진단과 함께 이 같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더드와 차별되는 한국적 경영방식을 모색해야 된다는 주장을 펴 관심을 모은다. 현 부회장은 우선 우리경제가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근거로 늘어나는 국가채무와 신용불량자사태, 청년실업 등 난제가 쌓여있는데다 투자부진과 성장률 추락, 세계 일류상품의 감소 등을 꼽았다.
이 같은 난제들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들이다. 그리고 우리경제를 위기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는 이 같은 구조적인 문제들은 분배중시 정책이나 글로벌 스탠더드로는 해결될 수 없는 과제들이기도 하다. 유일한 대책은 기업의 투자를 살려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함으로써 우리경제가 건실한 성장궤도에 들어서게 하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정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경제정책기조를 놓고 시대착오적인 이념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경제현실을 몰라도 너 모르는 처사다. 개혁이 유행어처럼 회자되고 그러한 개혁의 잣대로 글로벌 스탠더드가 성역처럼 제시되고 있지만 외환위기 이후의 경험에 비춰 글로벌 스탠더드가 능사인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의한 개혁이 우리경제의 투명성과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높이는데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 부회장이 지적한대로 그것을 맹목적으로 추종함에 따라 기업들은 빚을 갚는 데만 관심을 가질 뿐 미래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과감한 투자를 등한히 하는 풍토가 조성된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글로벌 스탠더드는 상당부분 막강한 자금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미 세계 시장을 장악한 다국적 기업들의 논리라는 지적은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고민해야 할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의 맹목적인 추종과 인식이 아니라 갈수록 늘어나는 청년실업자에 일자리를 제공하고 국민소득 2만달러로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개혁의 칼자루를 쥔 측은 개혁을 위한 개혁이 아니라 경제를 살리는 개혁을 위해 진지한 고뇌가 요구된다. 아울러 우리 실정에 맞고 우리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 한국형 성장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