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집값·증시 등 과열 조짐에 '경고장'

■ 정부 '과잉 유동성 우려' 표명
돈 엉뚱한 곳으로 흘러 경기회복전 또 거품땐 큰 상처
"살아나는 경제 싹 꺾일수있다" 당분간 돈줄은 안조여

시중에 돈이 풍부하게 풀리면서 주가가 연일 최고치를 달리고 있다. 주가가 1,400선을 돌파한 7일 중구 명동 외환은행 본점 글로벌마켓 영업부 딜러가 전화로 주문을 받고 있다. /이호재기자


정부가 7일 단기 유동성에 대한 우려를 표시한 것은 실물경기 회복을 위해 푼 돈이 부동산ㆍ증시 등 엉뚱한 곳으로 향하는 데 대한 '경고'로 해석할 수 있다. 실물 부문에서 경기회복을 아직 가늠하기 힘든데도 강남 아파트 가격이 들썩이고 증시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정부는 그러나 과잉 유동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지켜보겠다"는 입장 이외에는 별다른 조치를 밝히지 않았다. 급격히 나빠진 경기가 아직 회복되지도 않았는데 자칫 돈줄을 조이다간 미세하게나마 살아나는 경기의 싹마저 잘라버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상황 인식하에 정부는 유동성은 당분간 그대로 두면서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실물 체질개선 노력에 전력을 집중시키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부, 과잉유동성에 '옐로카드'=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금융과 실물 사이에 점차 커지고 있는 괴리다. 코스피지수가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만에 1,400포인트를 넘고 강남 아파트 가격이 규제완화 기대감으로 4월 한달간 0.7%라는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다. 증시만 놓고 보면 4월 한달간 코스피지수 상승률은 11.0%로 미국(5.2%)의 두배를 넘은 상황이다. 그러나 3월 광공업 생산이 전년 동월 대비 10.6% 감소하며 여전히 플러스로 전환되지 못했고 올 1ㆍ4분기 민간소비도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하면서 체감경기는 아직도 풀리지 않았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부동산ㆍ증시로 시중 유동성이 과도하게 몰리고 있다"며 "실물 경제가 회복세로 뒤따르지 않을 경우 자산시장의 상승세는 일시적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경기가 아직 본격적으로 회복되기도 전에 일부 부문에서 다시 버블이 나타날 경우 우리 경제는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경기회복 아직 멀어… 돈줄 안 조인다=시장에서 과잉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고 정부 역시 지속적인 모니터링 의지를 밝혔지만 정작 돈줄을 조일지 여부에 대해서는 "두고 보겠다"는 입장이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장이 다소 과열되고는 있지만 자칫 성급하게 유동성 환수에 나섰다간 그나마 서서히 퍼지고 있는 자생적인 경기회복력을 꺾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윤종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시장에서 과잉유동성에 대한 언급이 나온 것이지 정부가 유동성 과잉이라고 보는 것은 아니다"라며 유동성 환수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났다. 하지만 무한정 유동성을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뜻도 함께 내비쳤다. "거시정책은 민간 부문이 자생적인 경제회복력을 나타낼 때까지는 현재 확장적인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윤 국장의 말을 뒤집어 해석할 경우 향후 경기회복이 가시화될 경우 현 정책기조를 다시 축소지향형으로 선회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단기 유동성에 대한 조심스러운 경고는 이미 지난달부터 간접적으로 나왔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이 지난 4월 국회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유동성 문제를 주시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며 "유동성 중에 단기가 많아서 그 부분이 걱정"이라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경기회복이 아직 본격화되지 않은 만큼 현 유동성 확대 기조를 유지하되 서서히 위기 이후 상황에 대비한 '출구정책'을 염두에 두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실물경기 회복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정부는 구조개혁을 강조했다. 그간 중소기업 대출 만기연장 등의 금융지원과 고환율 등으로 기업들이 외국 기업들과 달리 체질 개선 노력을 상대적으로 소홀히 했을 소지가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를 위해 채권단 중심의 상시 기업구조조정을 강화하는 한편 금융권 부실채권의 조기 정리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노동시장의 유연화 및 고용 촉진을 위한 법ㆍ제도 개선 노력도 지속하겠다는 게 정부의 의지다. /이상훈기자 fla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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