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당국이 시중은행의 창구를 옥죄어 주택담보대출의 총량을 규제하는 것은 지난해 8ㆍ31, 올들어 3ㆍ30 부동산대책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나 부동산 거품을 확대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에서 지난 90년대 초 부동산거품을 꺼뜨리기 위해 마지막 수단으로 주택대출 총량규제가 단행됐다는 점에 비추어 감독당국의 이번 조치가 약발이 먹힐지 주목된다. 하지만 감독당국의 이 같은 창구지도는 소비자는 물론 일선 은행 지점에서 대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 당국은 은행들이 앞으로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의 절반 정도로 신규한도를 지정하도록 지도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외환은행 등 5개 시중은행이 5월 신규로 대출한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3조3,104억원. 금융당국이 전월 증가액의 절반을 신규한도로 지정하도록 한 점을 감안하면 6월에 가능한 신규 주택담보대출은 1조6,500억원선이다. 20일 현재 5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순증액은 1조6,122억원으로 이미 가이드라인에 육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선 창구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해도 오는 7월 이후에나 대출을 받는 경우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B은행과 D은행에서는 이날 본사 지점영업추진 담당부서 명의로 공문을 보내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지점장 전결을 금지하고 본점 승인 체제로 전환하기도 했다. B은행의 관계자는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지도강화 공문이 내려와 신규대출 억제 차원에서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지점장 전결을 폐지하고 본점 승인으로 대체했다”고 전했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금리인상을 통한 대출잔액 조절을 시도하고 있다. B은행이 8일 행장이 직접 나서 주택담보대출 리스크 관리를 언급하며 0.2%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A은행의 경우에도 19일 0.2%포인트의 가산금리를 시행한 데 이어 7월 초 추가적으로 0.2%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부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A은행의 한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구두로 통보를 받은 바 있다”면서 “금감원의 지도방안은 6월 주택담보 대출액을 전월 대비 증액분의 50% 수준으로 제한하라는 내용인데 아직 영업점에 지도공문을 발송할 시점은 아니다”고 말했다. 금융전문가들은 이 같은 규제방식이 노골적으로 직접적인 방법이어서 당장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는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각종 규제에도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누그러지지 않자 정부당국이 특단의 조치를 들고 나왔다”면서 “당장 일부 영업점에서 신규대출이 중단되는 등 파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부 은행이 콜금리 인상에 따른 변동금리뿐 아니라 가산금리를 부가하면서 시중은행 담보대출 금리가 주택금융공사의 고정금리 보금자리론을 넘어서기 시작해 중장기적인 억제 효과도 나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보금자리론 금리가 6.5%인 20년 대출의 경우 한 시중은행은 벌써 6.64%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제가 오히려 ‘풍선 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의 영업점 관계자는 “당장 한도가 남은 은행에서 대출이 어려워져도 보험사와 주택금융공사 등에서도 비슷한 금리로 얼마든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면서 “정부의 이번 조치가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키고 실효를 거두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조치가 심리적인 효과를 노린 일시적인 대책에 불과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A은행의 관계자는 “금감원의 지도방안은 이달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통보받았다”며 “장기적으로 유지되지는 않을 것이며 은행별로 증액 제한 비율이 차등 적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