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실적 상관없이 짐싼 美 CEO 많았다

WSJ, 주목 끈 교체 사례 분석


2010년 미국 기업에서는 전체적인 최고경영자 교체규모는 대폭 줄어들었지만, 돌발적인 이유로 회사를 떠난 최고경영자(CEO)들이 유독 많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2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 해 주목을 끈 최고경영자 교체 사례들을 분석한 기사를 실었다. S&P 500기업 가운데 지난 9월까지 CEO를 교체한 기업은 34곳으로 조사가 시작된 지난 2004년 이후 가장 적었다. 미 경제가 여전히 좋지 않은 상황에서 많은 기업들의 이사회는 CEO 교체를 주저했고 일부 기업의 경우 불경기를 극복하기 위해 CEO들의 은퇴를 연기했다고 리쿠르트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WSJ는 그러나 BP, HP 등의 경우처럼 실적과 무관하게 예기치 못한 이유의 CEO 교체가 많은 한 해였다고 평가했다. 가장 먼저 주목을 끈 경영자 교체는 BP의 사례다. 지난 4월 멕시코만에서 사상최악의 유출사고가 난지 4개월 만에 BP는 토니 해이워드 전 CEO를 퇴임시켰다. 한 때 BP의 턴어라운드를 이끌며 승승장구하던 그였지만, 이젠 위기상황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경영자로서 오점을 남긴 케이스로 전락했다. 그는 퇴임하면서 사태가 수습되면 복귀를 원한다고 밝히는 등 부적절한 구설로 언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그의 후임에는 미국인으로 BP의 러시아 합작기업인 TNK-BP를 이끌던 로버트 더들리가 임명됐다. 더들리에게는 BP의 리스크 관리 문화를 다지는 것이 최대 과제로 던져졌다. 지난 8월 마크 허드 HP CEO의 사임은 아무리 실적이 좋은 경영자라도 이사회의 신뢰를 잃을 경우 자리를 잃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허드의 퇴임은 회사와 계약관계에 있던 조디 피셔라는 여성과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내부조사에서 비롯됐다. 그는 당초 문제가 됐던 성희롱에 대해서는 회사 규정을 위반한 것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지만 회사는 잘못된 비용처리 등을 문제 삼았다. 회사의 M&A 기밀이 유출된 것에 대한 이사진의 불신도 그의 퇴장을 재촉했다. 허드는 HP와 경쟁관계에 있는 오라클의 공동 대표로 취임해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다.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지난 8월에 단행된 GM의 CEO교체는 너무 서두른 인사가 아니냐는 평가를 받았다. GM 이사회는 기업공개를 앞두고 투자자들에게 좀 더 확실한 경영 정상화 의지를 보여주고자 CEO 교체를 단행했다. 퇴임한 에드워드 휘테커 전CEO는 파산 위기에 처했던 GM이 공적자금 일부를 상환할 정도로 잘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터. 세계 최대의 제약사인 화이자의 제프리 킨들러 CEO는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를 이유로 12월 사임해 눈길을 끌었다. 그의 4년 5개월 재임기간 동안 화이자의 주가는 비틀거렸고, 회사는 막대한 수익을 안겨주었던 고지혈증 치료제인 리피토(Lipitor)의 특허가 내년 만기가 되지만 대체 약품을 개발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의 제약 판매와 마케팅을 책임졌던 이안 리드가 그의 뒤를 이었다. 또 다른 돌발적인 CEO교체는 광산업체인 메세이 에너지. 이 회사는 지난 4월 버지니아 광산에서 폭발사고로 29명의 광부가 사망함으로써 미국에서 40년 만에 최악의 광산사고를 일으켰다. 최악의 광산사고가 일어나자 오바마 행정부는 이 회사의 안전정책에 대해 질타했다. 이 회사의 돈 블랭켄십 CEO는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기업 이익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맞서기도 했다. 결국 2000년부터 이 회사를 이끌어 온 블랭켄십은 이달 초 퇴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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