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고 울며 추억에 젖는 향수여행
'애수의 소야곡' '무너진 사랑탑아!' 악극 잇달아
불과 몇십년전 이야기지만, 이미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만큼이나 아득한 시절이 있다.우리 땅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관객들의 눈물을 훔쳤던 악극. 동네 꼬마들로 하여금 담을 넘게 만들었던 연극.
한도 많고 눈물도 많았던 시절. 그 때의 향수를 자극, 중년관객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악극이 올 초에도 어김없이 극장에서 되살아난다.
연초 공연에 나서는 악극은 '애수의 소야곡'(1월18일~28일), '무너진 사랑탑아'(1월 24일~2월11일), '여로'(서울공연 2월1일~11일) 등 세 편.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시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악극이 경제위기가 되살아나는듯한 올초 무대에 다시 올려진다는 사실도 어딘지 의미심장하다.
어려운 세월을 감내하며 살아오신 부모님께 설날 효도 선물로 악극은 제격이겠지만, 그저 향수에만 젖어 즐길수 없는 현실이 또 관람의 포인트를 다르게 한다.
악극 '애수의 소야곡'은 월남한 남편을 찾아 임신한 몸으로 피난길에 나섰던 한 여인의 기구한 인생을 통해 이산과 이별의 아픔을 그린다.
전쟁, 피난민을 태운 배, 미군 나이트클럽, 유랑극단의 모습 등 다양한 장면이 재현되며 그 시절 가요도 함께 들을 수 있다.
한인수 양금석 오정해 배일집 등 출연진 면면도 화려한 편. 이밖에도 극단 신시의 소속배우 35명이 함께 호흡을 맞춘다.
60~70년대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애수의 소야극'은 '불효자는 웁니다' '며느리 설움' '아버님전 상서' 등을 무대에 올린 바 있는 문화방송이 준비한 네번째 악극.
남편(한인수 분)을 기다리며 피난지에서 홀로 아들을 출산한 금진(양금석 분)은 조 반장(이계인 분)에게 겁탈당해 딸아이를 하나 낳게 된다.
금진은 딸아이를 친구부부에게 맡긴 채 상경하고 뒤따라 서울에 온 조 반장은 그녀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아들을 납치한다. 20년간 아들을 찾아 헤메던 금진이 다시 아들을 만난 곳은 다름아닌 그의 결혼식장. 하지만 각박하게 살아온 인생이 말년이라고 다를까.
결혼하는 신부가 친구부부에게 맡겼던 딸, 미란임을 알고 경악한다. 이달 18일부터 2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에서 공연하며 평일에는 오후3시와 7시, 공휴일 및 설연휴에는 오후 2시와 6시에 공연이 있다. 가격은 1만5,000원에서 5만원 선이다.(02)368-1515
비슷한 시기에 공연에 나서는 악극 '무너진 사랑탑아'는 돈과 출세 앞에서 무너질 수 밖에 없었던 순수함에 대한 향수를 그린 악극이다. 최주봉 윤문식 박인환 김진태 등 극단 가교의 악극 배우들이 출연하며 남녀 주인공으로 김주승과 박상아가 무대에 선다.
경성제대 학생인 영진과 연인 사이인 정애는 몰락하는 집안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영진을 버리고 악덕 고리대금업자의 후처가 된다.
친한 친구사이인 낙천과 치석은 중년이 돼 다시 재회하지만 출세를 위해 살아온 치석은 독립운동 주모자인 낙천의 손에 수갑을 채운다.
옛 남자를 잊지 못한다는 오해로 집안에서 쫓겨난 정애는 구걸로 연명하고 어렵게 영진과 재회한 후 전남편이 영진에게 쏜 총을 대신 맞고 한 많은 생을 마감하게 된다. 그간 '울고넘는 박달재' '눈물젖은 두만강''비내리는 고모령' 등을 공연한 SBS와 극단 가교가 무대에 올리는 작품이다.
1월 24일부터 2월 11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며 평일은 오후4시와 7시30분, 주말엔 오후 3시와 6시30분에 공연이 있다. 티켓은 2만원에서 4만원 선이며 16일 이전까지 예매하는 관격에게는 10%의 할인혜택도 주어진다. 월요일에는 공연이 없다.(02)369-2913
/김희원기자 heew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