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집행위원회(EC)는 유럽 역내의 경쟁정책에서 상당한 권한을 갖고 있다. 따라서 EC가 역내 각국 정부의 조치로 인해 중대한 침해를 받고 있는 에너지시장 자유화를 위해 반독점 조치를 취하는 것은 결코 어색한 일이 아니다.
지난주 EC 조사단은 경쟁저해 행위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6개 국가 회사들에 대해 전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이번 조사에서 관련 증거가 드러나게 되면 EC는 해당회사를 처벌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처벌은 에너지 회사들의 통합을 가로막는 보다 강력한 조치들을 예고하는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닐리 크로스 EU 경쟁위원회 위원장은 “발전시설과 공급자ㆍ파이프라인ㆍ배관시설ㆍ배급망들이 통합되는 현상이 시장기능을 저해하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럽에서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직시해야 한다. 유럽의 어떤 에너지 기업들도 결코 자발적인 분할을 원하지 않는다. 브리티시가스가 영국정부의 명령에 따라서 분할의 길을 걷고 있을 뿐, 영국ㆍ스페인ㆍ프랑스ㆍ오스트리아에서는 자국을 대표할 수 있는 ‘챔피언 기업’을 만들려는 정부의 강력한 후원 아래 합병이 장려되고 있다.
유럽의 대형 에너지 업체들이 현상유지를 원하거나 외형을 키우기 바란다면 우월적인 거대조직의 힘을 앞세워 그들이 운영하고 있는 가스관과 전력 배급라인에서 경쟁 업체들을 강제로 떼어내려 하지 않았다는 점을 조사관들에게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 어떤 기업이든 경쟁을 제한했다는 혐의가 드러난다면 현재 영국에서 추진 중인 핵 에너지 사업에 대한 입찰자격이 제한되는 등의 강력한 제재를 받게 것이다.
지금 유럽연합(EU)은 두 가지 에너지 이슈를 하나의 접시에 올려놓고 있다. 하나는 러시아와 같은 중요한 해외 가스 공급자들과의 협력을 통해 안정적인 에너지공급이 계속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기후변화라는 중대한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화석연료에 편중된 에너지 구성과 비율을 적절하게 재조정하는 일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선결돼야 할 과제는 유럽의 모든 에너지 자원을 원활하게 개발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기능하는 시장을 창출해 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