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리가 자주 붓거나 무겁게 느껴진다면 만성정맥부전(CVI)을 의심해볼 수 있다. 장시간 서있는 것을 피하고 규칙적인 걷기 운동으로 다리의 혈액순환을 촉진해야 질환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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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교사인 30대 후반의 여교사 이모씨. 하루 종일 서서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다리가 붓고 무겁게 느껴지는 증상을 자주 겪는다. 오후에는 종아리 근육에 통증이 올 때도 있다. 쉬는 시간에 교무실에 앉아 다리를 주무르거나 발목을 돌려보고 조금 심하다 싶으면 스프레이나 파스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교사, 미용사, 승무원, 판매직 사원 등 오래 서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나이 든 여성들의 경우 유난히 다리가 퉁퉁 붓거나 아픈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집안일에 시달리는 전업주부들도 비슷한 증상을 겪는다. 병원을 가야 할 정도로 심각하지 않지만 계속되는 통증과 불쾌감은 일상생활을 고통스럽게 한다. 이처럼 다리가 자주 붓거나 무겁게 느껴지고 아프다면 만성정맥부전(CVIㆍChronic Venous Insufficiency)을 의심해봐야 한다.
◇다리 정맥의 판막기능 저하는 만성정맥부전 유발=우리 몸의 혈액은 심장에서 내보내진 후 다시 심장으로 되돌아온다. 즉 동맥으로 내보내진 피는 온몸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고 다시 정맥을 통해 이산화탄소와 다른 노폐물을 받아 심장으로 되돌아와야 한다. 이러한 순환 과정에서 다리 쪽의 혈액은 중력을 거슬러 아래에서 위로 올라와야 하는데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다리 정맥 내 판막이다.
다리 정맥에는 심장으로 향하는 혈액이 다리 쪽으로 역류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수백개의 정맥 판막이 있다. 이 정맥 판막이 약해지거나 손상되면 혈액이 심장 쪽으로 제대로 이동하지 못해 다리 정맥에 쌓여 정체된 혈액으로 다리가 붓고 통증이 유발된다. 자주 다리가 붓고 아프고 무겁게 느껴진다면 만성정맥부전 증상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이러한 다리 증상이 흔하다고 간과해 초기에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하지정맥류, 중증 습진, 다리 궤양과 같은 더 심각한 질병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최근 하지정맥류 전문병원인 강남연세흉부외과가 지난 2004년부터 7년간 내원한 환자 가운데 현직교사를 대상으로 하지정맥류의 증상 진행 정도를 조사한 결과 81%가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만성정맥부전의 증상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보다 더 많이 나타난다. 그 이유는 꽉 조이는 옷으로 다리를 압박하여 혈액 순환을 방해하거나 굽이 높은 신발 등으로 힘이 들어간 상태를 지속시켜 정맥에 무리를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호르몬의 변화로 혈관 벽을 약화시키는 피임약도 원인이 될 수 있다.
◇규칙적으로 걷고 체중조절 신경 써야=만성정맥부전을 예방하려면 장시간 서 있는 것을 피하고 규칙적으로 걷는 것이 좋다. 실제 중증 정맥질환을 가진 사람들의 60% 이상이 일하는 시간의 대부분을 서 있는 자세로 보내는 반면 규칙적으로 걷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6.3%만이 정맥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체중이 많이 나가면 다리에 많은 압력이 가해져 혈액순환이잘 안돼 체중조절에도 신경 써야 한다.
휴식을 취할 때는 다리를 30도 정도로, 잘 때는 10~15㎝ 위로 올려 놓으면 다리 혈액 순환에 도움이 되는 만큼 평상시 다리 자세도 중요하다. 운동으로는 걷기, 수영, 자전거 타기 등이 혈액 순환에 효과가 있다. 그 외 헐렁한 바지, 꽉 끼지 않는 양말과 신발 등 평소 편안한 의상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다리가 붓고 무겁고 아픈 증상이 지속될 때는 증상완화에 도움을 주는 효과적인 약물을 복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일반의약품으로 약국에서 시판중인 '안티스탁스'는 붓고 무겁고 아픈 만성정맥부전의 증상을 완화해주는 약물로 적포도 잎에서 추출한 '플라보노이드'를 주성분으로 하고 있다. 베링거인겔하임에 따르면 이 적포도 잎 추출성분은 손상된 정맥 내피 세포를 회복시켜주고 정맥 벽의 강도와 탄력성을 증가시켜 종아리 부종 및 다리의 중압감ㆍ통증ㆍ긴장감ㆍ욱신거림과 같은 증상을 경감하는 효과가 임상 연구를 통해 증명됐다.
김재영 강남연세흉부외과 원장은 "서서 일하는 직업군의 경우 하체에 혈액이 장시간 정체되기 때문에 하지정맥류 등의 발병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노화에 따라 증상이 심해지는 진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장기간 방치할 경우 병세를 악화시키고 합병증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