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직자들이 기업들의 모집공고를 보며 일자리를 찾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신규 채용이 크게 늘어나면서 구직자들의 얼굴도 다소나마 밝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경제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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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하반기 채용 규모가 지난해보다 10% 이상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데다 정부의 '상생' 기조에 대기업들이 적극 화답하면서 나온 긍정적인 현상으로 분석된다.
업종별로는 섬유ㆍ의류업이나 제조업, 전기ㆍ전자업종의 채용 규모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건설업의 경우 채용인원이 전년 대비 하락하는 등 여전히 우울한 전망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 채용은 오히려 줄어드는 등 채용시장에서도 대기업-중소기업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 하반기 채용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대기업 하반기 채용규모 1만5,000명선=6일 취업 관련 전문업체와 주요 대기업에 따르면 올 하반기 대기업의 채용 규모가 전년 대비 12~13%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잡코리아는 매출액 상위 500개 기업 중 조사에 응한 336개사를 대상으로 '2010년 하반기 정규직 대졸신입 채용현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 채용 계획을 확정한 307개사의 채용 인원은 총 1만4,577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1만2,841명)보다 13.5% 늘어난 규모다.
앞서 인크루트도 올 하반기 대기업 신규 채용 규모가 1만5,165명으로 지난해보다 12.6% 늘어날 것이라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대기업의 채용규모가 확대된 것은 우선 경기회복에 따른 소비심리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종남 대한상의 상무는 "경기회복의 신호가 뚜렷해지면서 대기업을 필두로 고용시장이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상생과 친서민 정책을 강조하면서 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일자리 늘리기에 앞장선 것도 채용이 늘어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일자리 창출이 정부의 친서민 정책에 동참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라며 "대기업들이 하반기 채용규모 확대로 최근 정책 기조에 화답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제조업ㆍ식음료업 '맑음'=업종별 채용시장 기상도를 봐도 대기업들의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읽을 수 있다. 잡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올 하반기 채용인원이 가장 많은 업종은 전기전자ㆍIT로 총 3,915명을 채용할 계획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개발 관련 분야의 채용이 늘어나고 있는데다 반도체 시장의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어 눈에 띄는 업종은 금융권으로 하반기 2,365명을 채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 상반기 불투명한 경제 전망으로 채용 규모가 저조했지만 하반기 들어 경기회복 기미가 보이자 채용을 늘리기로 한 것이다.
이밖에 수출 시장에서 선전을 벌이고 있는 조선ㆍ중공업(1,240명), 제조업(1,150명), 자동차ㆍ운수업(1,097명) 등도 하반기 채용 규모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 잡코리아 측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소비 심리가 살아나면서 백화점ㆍ마트 등 유통업계(630명)와 식음료업(790명)의 신규 채용도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반면 최근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건설업은 채용 규모가 전년 대비 9.9% 줄어든 799명에 그칠 것으로 파악됐다.
◇대기업-중소기업 양극화 심화=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채용 양극화도 올 하반기 채용시장의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다. 취업ㆍ인사포털 인크루트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337개 중소기업의 올 하반기 채용 규모는 1,298명으로 지난해 1,344명보다 오히려 3.4%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중소기업의 경우 여전히 적극적으로 채용에 나설 여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고 경기회복세도 아직 실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광석 인크루트 대표는 "중소기업이 전체 채용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고용시장을 낙관적으로만 볼 수 없는 신호"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