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최전방에서 뛰고 있는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 산업기술 보호의 첨병 역할을 하는 이곳 요원들은 산업 스파이 적발 등을 위해 최첨단 장비를 직접 다루는 것은 물론 IT 등 각 산업 분야의 주요 지식까지 어느 정도 이해해야 하는 고도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요원도 경우에 따라서는 어쩔 수 없이(?) 시대흐름과 뒤떨어진 장비를 사용하거나 자세를 유지해야 할 때도 있다.
일례로 요원들이 보유한 휴대폰 중 상당수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평균 3~4년 된 중고 휴대폰을 들고 다닌다. 이 때문에 요원들의 휴대폰 케이스는 다 떨어진 게 일반적이고 안테나가 없는 것도 허다하다.
우리나라 최고 정보기관 요원들이 왜 이런 유행감각을 갖고 있을까.
이유는 정보기관 특성상 내부보안 문제로 카메라 달린 휴대폰 소지가 원칙적으로 금지되기 때문이다. 산업기밀보호센터의 한 요원은 이와 관련, “외부에서 보는 것과 달리 정보기관 요원들도 보안규정 준수는 피해갈 수 없다”며 “휴대폰 카메라로 내부 기밀을 촬영, 유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그렇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최근 산업기밀보호센터 요원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동안 정부가 고부가가치 휴대폰 생산을 정책적으로 유도했던 기조를 바꿔 무선인터넷 기능을 뺀 휴대폰 이용을 허용하기로 결정한 것.
또 다른 요원은 “크기가 돌도끼 수준으로 너무 무겁고 잔 고장도 많아 수리하는 데 신경이 많이 쓰인 게 사실”이라며 “다행히 휴대폰 정책이라도 달라진다니 카메라 없는 휴대폰을 찾기 위해 용산 전자상가를 드나드는 번거로움 등이 없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는
이전에는 방첩 업무에 치중하다 지난 96년 산업보안 업무를 추가, 산업기술 보호를 목적으로 한 부서가 '과' 단위로 승격됐다.
이후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2003년 10월 2차장(국내 담당) 산하 산업기밀보호센터(1급 부서장)로 격상돼 10여 과와 팀을 뒀다. 크게 산업 스파이 첩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총괄부서와 산업현장에서 산업 스파이를 체포하는 실무부서, 산업기술 유출방지 활동 지원부서 등으로 나뉘어 있다. 2004년부터는 정예요원을 대폭 늘려 2배로 확충된 요원들이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