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현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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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야별 전문가 진단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공격이라는 합조단의 공식발표는 앞으로 정치와 남북관계ㆍ외교안보ㆍ국방경제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칠 메가톤급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때일수록 사태의 원인과 영향, 대처 방안을 놓고 차분하고 냉정하게 짚어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각 부문별로 전문가들의 진단과 분석, 깊이 있는 대안을 살펴본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천안함 사태 발표 이후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일이 국제공조의 열쇠라고 밝혔다. 하지만 20일 합동조사단이 북한의 소행으로 결론 내린 발표만으로 중국이 북한 제재에 동참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의견이다.
다만 한국ㆍ미국ㆍ일본, 그 중에서도 한미 협력관계는 강화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다수였다. 또한 중국은 남한에 내놓고 찬성하지도, 북한을 적극 돕지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합동조사단이 북한 어뢰의 파편과 파편에 한글로 '1번'이라고 적은 일련번호를 물증으로 제시했지만 전문가들이 볼 때는 부족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에서는 일련번호로 '1번'이라고 잘 안 쓰고 '1호'라고 쓴다"며 "명확한 증거를 제시해야 국내외,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중국을 설득할 카드가 된다"고 지적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 연구위원은 "일반적인 형사 사건에서도 흉기가 발견됐나, 누구의 소행인가만 갖고는 불충분하고 범인의 자백이나 증인이 필요한데 이번 발표에서는 증인이라고 할 만한 근거가 없다"면서 "북한이 사용한 어뢰를 발견했지만 어느 조직이 어떻게 침투했는지는 추정 이상의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어뢰는 명확하게 증거를 댔다는 느낌이지만 어뢰가 언제적 어뢰냐, 어떻게 거기까지 왔느냐는 실증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이 바로 북한의 소행으로 단정 짓기에는 상당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표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속 시원한 협력을 구하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다만 중국이 북한과 협력사업을 미루는 등의 소극적인 협조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정 연구위원은 "압록강 대교 건설 등 중국과 북한이 함께 건설하기로 기존에 합의한 것을 지연하는 식으로 북한에 압력을 넣는 게 중국의 대응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이외에 미국과 일본ㆍ러시아 등 주변 4강을 비롯해 유럽연합 등 보다 넓은 국제공조 가능성도 제시했다. 구갑원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물리적인 공격 외에는 결국 유엔 안보리 회부를 통한 결의안 채택이 선택지"라면서 "다만 기존 결의안인 1718호ㆍ1874호를 넘어서는 내용이 나올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1718호ㆍ1874호는 북한의 핵실험 공격 이후 나온 것으로 천안함 사태와는 사안이 다를 뿐더러 실질적인 제재 효과도 약하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국제협약을 통한 금융자산 동결, 무기수출 금지 등 국제공조를 통한 경제제재는 북한에 압박이 될 수 있다. 장 연구위원은 "북한에 줄 수 있는 가장 큰 고통은 경제 제재"라고 설명했다.
대북 제재에 적극적인 미국과 소극적인 중국 간의 마찰 가능성도 불거진다. 장 연구위원은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대응방식의 차이는 불가피하다"면서 "다만 미국과 중국이 일종의 북한 제재를 위해 역할 분담을 하는 것이며 양국이 이에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