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은행들이 판매한 환헤지 파생상품인 키코(KIKOㆍKnock-In Knock-Out)를 둘러싼 갈등이 아시아 지역에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이미 한국과 중국, 인도네시아에서 사회 문제가 된 데 이어 이번엔 인도에서도 손해 보상을 둘러싼 파열음이 일고 있다. 24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계 스탠더드챠터드(SC) 은행은 인도의 대형 설탕 수출입업체에 판매한 통화헤지 상품 계약에서 5,000만루피(100만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며 이를 보상해 달라는 소송을 뭄바이 법원에 제출했다. SC은행이 소송을 제기한 상대 업체는 인도설탕수출공사(ISEC)로, 이 회사는 SC은행이 판매한 통화헤지 상품인 키코에 가입했다가 올초 100만달러의 손실이 발생했음에도 이를 아직까지 입금하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도 맹위를 떨쳤던 키코는 일정 범위 안에서 환율이 움직일 때는 유리한 가격에 달러를 팔 수 있지만 그 범위를 벗어나면 약정금액의 2~3배 이상을 시장환율 보다 낮은 가격에 은행에 팔아야 하는 고위험 파생상품이다. 문제는 이 같은 손실이 비단 이 업체에 국한 된 게 아니라 인도의 중소기업들이 광범위하게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또한 상품 판매사와 운용사 및 개발사, 그리고 이 상품에 가입한 업체들의 책임범위가 어디까지 인지도 명확하지 않은 점도 문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인 지난 2006~2007년 글로벌 은행들이 인도의 중소기업들에게 판 통화관련 파생상품은 약 50억달러로, 이중 대부분이 지난해 말과 올 초 아시아를 휩쓴 통화위기로 발생한 손실에 대해 지급불능 상태에 빠졌다. SC은행 측은 특정 업체와의 계약 내용이나 거래 내역은 비밀이라면서도 "상품 계약시 예상되는잠재 위험들을 포함한 계약 내용을 고객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사전 설명했다"면서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나 쟈이앤티날 파텔 ISEC 사장은 "이 상품 시장과 관련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어느 한 개인이나 조직의 상상력을 초월한다"면서 "회사로서는 위험과 관련한 어떤 설명도 제대로 듣지 못했기 때문에 이 손실을 모두 떠 안을 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 들어 중국에서도 몇몇 국영 회사들이 월가발 금융위기로 인한 환율 변동으로 큰 손실을 입었다며 외국 은행들과 체결한 키코 계약을 해지해 줄 것을 법원에 요청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여러 회사들이 은행과 체결한 키코 계약에서 큰 손실을 내고도 손실금 입금을 거부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9월 이후 이전에 여러 중소기업들과 은행들이 맺은 키코 계약이 큰 사회문제가 돼 아직까지도 법원에서 집단 소송중이다. 당시 한국 중소기업들의 피해는 총 517개 기업에서 1조6,943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집계됐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한국시장에서 키코를 제일 많이 판매한 은행은 역시 SC은행의 한국법인인 SC제일은행으로 전체의 20.8%를 차지했으며, 이 밖에 신한(20.8%), 외환(17.3%),시티(16.6%)등으로 조사됐다. 영국계인 SC은행은 금융위기 이전부터 선진국 시장이 아닌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지역에 높은 비중을 둬 왔기 때문에 월가발 금융위기로 인한 타격이 적은 반면 이 지역에서의 KIKO 등 파생상품 거래와 관련한 분쟁에 깊이 얽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