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 경기마저…'우울한 연말'

금융위기에 "분위기 안난다"…금융권등 기업들 모임 축소
고액 자산가들도 계획 미뤄…업계 예약률 크게 저조 '울상'


글로벌 금융위기 탓에 비상상황으로 내몰린 금융권을 중심으로 많은 기업이나 단체들이 각종 연말 모임을 취소하거나 아예 계획도 잡지않고 있는 탓에 ‘망년회 경기’가 최악 상황이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주식ㆍ펀드에 투자했다가 대규모 손실을 본 고액 자산가들도 “분위기가 안난다”며 지갑을 열 생각을 않고 있어 우울한 연말을 예고하고 있다. 31일 호텔과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시내 주요 호텔 연회장은 은행이나 증권업계를 중심으로 한 기업 및 단체들의 연말모임 축소 등으로 예약률이 예상보다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내의 W호텔은 연회장 예약률이 전년보다 10% 가량 밑돌고 있는 상황이다. W호텔 뿐만 아니라 주요 호텔의 연회장 예약률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년보다 최소 2~3% 가량은 모두 떨어진 상태다. 호텔들이 동종 업체간 경쟁심리 등으로 예약률을 있는 그대로 공개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예약률은 이보다 훨씬 더 저조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급호텔의 한 관계자는 “이달부터 연말까지는 연회장 사용 성수기라 예약이 진행중이어서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전년보다 5~10% 가량 저조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부 호텔의 경우는 금융위기 여파가 장기화 돼 예약된 연말 모임마저 취소되는 사태가 오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화 예약문의도 급감하고 있다. L호텔 관계자는 “전화로 예약을 문의해 오는 사례가 예년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 든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대 성수기를 맞아야 할 호텔들이 예약률 저조라는 복병을 만난 것은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몸살을 앓고 있는 금융권 모임이 거의 실종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급호텔의 한 관계자는 “금융위기 여파로 금융권 등의 연말모임이 실종되면서 덩달아 예약률도 저조해 지고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지갑을 열어야 할 고액 자산가들도 주식과 펀드 등이 반토막 나면서 망년회 참석을 꺼리고 있는 분위기다. 시중은행의 한 PB담당자는 “IMF때도 망년회 경기는 그런 대로 살아 있었는데, 고액 자산가 고객을 만나보면 망년회를 열 기분조차 나지 않는다고 하소연 하는 분위기”라며 “주가나 펀드에 투자했다가 반토막난 사람들이 많아 오히려 체감심리는 IMF때보다 더 나쁜 것 같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한 임원 역시 “회사내에서 망년회 관련 이야기가 하나 둘 나올 시기지만, 지금은 망년회 ‘망’자도 나오지 않고 있다”며 위축된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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