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통계지표를 장중인 오후1시30분에 발표하겠다는 통계청의 ‘독단적인’ 결정에 대해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더구나 지표에 따라 변동성이 큰 채권ㆍ외환 등의 거래를 하고 있는 딜러들은 갑작스러운 발표시간 변경조치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주요 통계가 장중 발표되면 변동성이 커지고 ▦투자자의 분석능력에 따른 득실이 지나치게 확대되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다는 점 등을 들어 통계청의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
한 펀드매니저는 “시장의 안정을 담보해야 할 국가 기관이 되레 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것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시장 참여자들의 반발에도 불구, 통계청은 산업활동동향과 서비스업활동동향ㆍ고용동향ㆍ소비자전망조사ㆍ소비자물가동향 등 5대지표를 장중에 발표하겠다는 결정에는 변함이 없다.
통계청의 한 관계자는 “보도시간을 늦추면 보도가 더 많이 될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면서 “오전7시30분 자료배포와 함께 약식 브리핑을 하고 오전10시에 다시 정식브리핑을 하는 체제도 직원들 입장에서는 불편하다”고 밝혔다.
통계청의 이 같은 발표시간 변경 이유는 설득력이 없다는 평가다. 한상범 한국증권연구원 연구위원은 “물리적으로 어쩔 수 없는 통계라면 몰라도 시장에 불필요하게 쇼크를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더구나 대부분 국가는 장중 변동성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되도록 주요 지표는 장 시작 전에 발표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시장 참여자들에게 분석시간을 충분히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GDPㆍ경상수지 등 주요 통계를 장 개시 1시간 전인 오전8시에 공표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역시 국채발행 계획 등 시장에 영향을 주는 내용은 장 종료 후에 발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유독 통계청만 지표를 장중 발표하려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기 때문 아니냐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모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동남아의 금융허브로 육성하겠다는 정부가 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주체로 전락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