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통신 이사회가 외자유치 승인 안건을 부결시키고 LG의 유상증자 방안을 심의키로 결정함에 따라 LG는 `통신 3강의 야망` 실현에 성큼 다가서게 됐다.
그러나 증자를 하더라도 액면 미만으로 발행될 가능성이 높아 특별결의 요건으로 주주총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며 LG의 자금문제도 만만치 않아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다.
◇외자유치 부결, 유상증자 수용 배경= LG측이 제시한 `선구조조정 후외자유치`를 하자는 명분이 이사들의 표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게다가 LG측은 증자 가격도 원하는 대로 해줄 수 있으며 자금도 5,000억원까지 보장했다. AIG가 한솔PCS에 지분참여 했다가 KTF에 되파는 과정에서 2~3배의 수익을 거뒀다는 경력이 사외이사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더구나 LG가 외자유치에 반대를 선언했고 통과되더라도 주주총회에서 반대하겠다고 선언했고 그럴 경우 통과될 가능성이 거의 낮은 점도 이 같은 의사결정을 뒷받침한 것으로 보인다.
최영석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최대주주가 반대했고 그 의견이 이사회에서 받아들여졌다”며 “LG가 통신3강으로 가는 전선에 한 발 더 다가섰다”고 평가했다.
◇LG, 통신3강 기반 구축= 향후 하나로통신은 협상을 거쳐 LG그룹의 5,000억원 유상증자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 유력시된다. 삼성전자ㆍSK텔레콤 등 다른 주주사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LG는 현재 13.0%의 하나로 지분을 더욱 높여 경영권을 확고히 장악하게 된다.
이에 따라 LG는 LG텔레콤의 이동통신, 데이콤의 유선전화망.기업통신망, 파워콤의 전국 케이블망과 하나로통신의 초고속인터넷에다 LG전자의 휴대폰 등 하드웨어사업까지 통신관련 전 분야를 아우른 국내 유일의 통신종합그룹으로 거듭나게 된다.
◇LG 풀어야할 과제 산적= LG그룹의 앞길이 마냥 장밋빛만은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가장 큰 문제는 아직 KT, SK텔레콤 등에 한참 뒤쳐져 통신관련 전 업종에서 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는 계열사들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것.
LG그룹은 통신 3강 체제로의 재편을 유도해온 정보통신부의 비대칭규제 정책에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지만 진대제 장관이 "3강은 정책목표가 될 수 없다"며 시장원리를 강조하고 있는 것은 불안요소다.
하나로통신 인수와 계열사 재편에 필요한 자금이 최대 2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는데 이 막대한 돈을 LG그룹이 과연 감당할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오현환기자 hho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