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 1조원 자본확충] 금융시장 불안 누그러질듯

LG그룹이 LG카드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1조원 규모의 자본확충을 결정함에 따라 최근 실적악화에 따른 LG카드의 유동성 문제가 진정될 것으로 분석된다. 또 LG카드의 자본 확충으로 채권시장 등 금융시장의 불안 요소가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LG카드는 내달 3,000억원, 내년 상반기 중에 7,000억원 등 총 1조원 규모의 자본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17일 밝혔다. LG가 내년 상반기에 추진하는 7,000억원의 자본확충은 보통주 증자 방식이 아니라 우선주나 후순위 채권 발행을 통한 지원일 것으로 예상된다. ◇왜 서둘러 1조 투입하나 = LG카드의 회사채는 3ㆍ4분기 실적 발표 이후 채권 시장에서 사실상 거래가 중단, 카드채 수익률이 큰 폭으로 상승세(채권값은 하락)를 보였다. 실제로 한국채권평가에 따르면 9월 연 7.7%대까지 떨어졌던 1년 만기 LG카드채의 평가수익률은 최근 연 8% 후반 대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그러나 이번 자금 확충 발표로 일단 채권 시장에서 LG카드채 거래가 다시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LG카드 측은 이번 자본 확충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채권 시장에서의 안정화를 꼽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LG그룹의 이번 결정은 최근 캐피털그룹 등 외국금융기관에 경영권을 넘기려는 것이 아니냐는 시장의 해석도 불식시켰다. LG카드가 캐피털그룹의 유상증자 참여를 비롯해 연말까지 7억 달러의 외자를 추가로 도입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회사 경영권을 해외금융기관에 넘기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았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들은 LG그룹의 이번 조치는 경영권을 유지한 채 자구책을 마련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분석했다. 결국 향후 그룹에서 `돈 되는` 계열사 역할을 톡톡히 수행할 것으로 보이는 LG카드를 헐값에 매각하기 보다 그룹 차원에서 계속 끌고 가겠다는 대주주들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 = 1조원이 LG카드에 투입됨에 따라 최근 카드업계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우선 진정될 것으로 금융업계는 예상했다. 카드사 실질 연체율이 지난 상반기 22.3%에서 올 9월말에는 29.6%까지 급증, 카드사들의 수익이 개선되지 않았다. 이에 따른 채권 시장의 불안으로 카드채 거래가 전면 중단돼 최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월 카드채 발행규모는 불과 2,030억원에 그쳐 카드사들이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LG그룹의 이번 결정은 채권 시장에서 어느 정도 신뢰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카드채시장의 가장 큰 불안요인이었던 LG카드의 경영부실이 상당히 해소될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시중에 나돌고 있는 제2의 카드대란을 얼마만큼 불식시킬지는 좀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금융관계자는 지적했다. ◇증시 및 시장 반응 = LG카드의 주가는 1조원의 자본확충이 오히려 악재로 부각되며 지난주말보다 950원(7.25%) 내린 1만2,150원으로 마감했다. 주가는 한때 LG카드의 자본확충계획에 따라 외자유치가 이뤄질 때 대략 10% 정도의 할인증자가 불가피해 기존주주의 주식가치를 떨어뜨린다는 분석이 제시되며 1만1,800원까지 하락했다. 오후 들어 LG카드측에서 증자가 아닌 다른 형식의 자본 확충의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 주가는 낙폭을 소폭 만회했다. 성병수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미 3,000억원 유상증자에 이어 7,000억원도 외자유치 등 증자의 형식으로 이뤄질 경우 자산가치의 증대 없이 주식수만 늘어나게 돼 당분간 주가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시장도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자본확충의 방법이 정확하게 제시되지 않아 `좀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이 날 채권시장에서 LG카드채는 정상적인 매수호가는 나타나지 않고 특수한 상황에서 만기가 1년도 안 되는 단기물이 9%대에 거래됐다. <안길수기자 coolas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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