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글로벌 경제
베이징 이병관 특파원
글로벌 경제가 심상치 않다. 상반기만 해도 불안하긴 하지만 미국 등 주요국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며 지난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는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최근들어 세계최대 채권투자회사인 핌코의 빌 그로스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비롯해 내로라하는 투자자들이 디플레이션 위험성을 경고하기 시작했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도 시장에 다시 돈을 쏟아붇는 추가 재정 부양책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 90년대초부터 시작된 일본 장기 불황이 보여주듯 디플레이션은 아무리 정부가 돈을 퍼부어도 소비가 살아나지 않는 중병 중의 중병으로 가는 대목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런가 하면 잘 나가던 중국도 기상 이변 여파 등으로 인플레 상승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달 까지만 해도 인플레 없는 고속성장인 ‘골디락스’경제가 가능하다며 연내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었지만 하나 둘 금리 인상을 예상하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세계 경기를 선도해온 중국이 긴축에 나설 경우에 세계의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발 수요가 줄어들면서 가뜩이나 회복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세계경제는 더욱 더 힘든 길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세계경제 정세 전환이 더욱 실감나게 다가오는 것은 기자가 최근 향후 글로벌 경기흐름을 짚어보기 위해 만난 여러 경제 전문가의 예측과 맞아떨어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해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쑹홍빙 환구재경연구원장은 “미국은 개인들이 과다부채로 소비 능력이 없기 때문에 결국 디플레이션에 빠지고 지난 30년대 대공황과 같은 장기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그런가 하면 중국 최고의 원로 경제학자중 한명인 마오위스 톈저경제연구소 이사장은 “중국 경제의 하반기 최대 난제는 급등 가능성이 높은 인플레를 어떻게 관리하느냐는 것이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디플레를 막기 위해 필요한 재정자금 마련을 위해 중국에 위안화 절상 압박을 가함으로써 그 반대급부로 미 국채 매입을 계속해서 요구할 것이란게 쑹 원장의 전망이다. 양국 경기가 힘들어지면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된 중ㆍ미 무역전쟁이 격화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현재로선 중국 정부 입장에서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미 국채를 매입하는 것이 포트폴리오상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달러화 중심의 글로벌 금융시스템 밸런스가 깨질 경우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전문가들은 때로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 예측하기 때문에 경고 차원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최근 돌아가는 경제 정세가 단순 경고로 받아들이기에는 개운치가 않다. /yh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