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메커니즘으로는 도저히 설명이 불가능한 국면입니다. 이런 장에서는 투자전략이라는 말도 의미가 없겠네요.” 1인 1펀드 시대에 맞이한 코스피지수 1,000선 붕괴는 온 국민의 가슴을 시퍼렇게 멍들게 했다. 펀드 투자전략을 세워온 일선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전문가들은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시장에 무슨 전망을 내놓을 수 있겠냐”며 모두 말을 아끼고 있다. 환매를 하자니 많게는 원금의 70% 이상이 날아간 상황이고 그대로 두자니 투자자들의 심리적 공포는 더욱 커지는 현실이다. 취재에 응한 펀드 전문가들은 향후 전략을 묻는 질문에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더니 “일단은 숨을 고르는 게 먼저”라고 입을 뗐다. ◇“무슨 말도 통하지 않는 시장”=펀드 전문가들은 “무슨 말을 해도 고객들에게 욕을 먹을 걸 생각하니 말하기가 두렵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말 고점을 찍은 후 지난 1년간 코스피지수가 반토막나고 전세계 이머징 마켓의 증시가 70% 가까이 빠진 사이 전문가들이 내놓은 전망들은 하나같이 빗나가고 말았다. 국내 주식형펀드는 물론이고 중국과 인도ㆍ러시아ㆍ브릭스ㆍ원자재 펀드에 이르기까지 모든 펀드의 손실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상황이다. 하반기 들어 해외보다 국내 펀드의 수익률 방어력이 그나마 나을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최근 두달간 코스피지수가 쉼 없이 폭락하면서 국내 주식형펀드의 최근 1개월 평균 수익률은 -11.04%, 1년 평균 수익률은 -39.72%로 추락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의 펀드 애널리스트는 “올 들어 추천해온 펀드마다 계속 수익률 하락에 시달리다 보니 이제는 전략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조차 겁이 난다”며 “언제 시장이 안정될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투자자들도 공포에 질려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네이버 재테크카페의 한 네티즌은 “2년 뒤 사용하려고 넣어뒀던 적립식 펀드를 20년 뒤 노후연금으로 써야 할지 고민된다”며 “10년이 지나도 원금회복이 돼 있을지 모르겠다”고 허탈해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수익률 -60%로 3,000만원을 날렸지만 앞날에 대한 어둠이 너무 강해 갖고 있던 펀드를 모두 환매했다”며 “애들 얼굴을 보면 미안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버티는 수밖에 없다”=전문가들은 지금 시점에서 투자전략을 제시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말하면서도 일단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보라는 조심스러운 조언을 했다. 김휘곤 삼성증권 연구원은 “너무 고통스럽겠지만 시장이 여기서 끝나고 영원히 문을 닫는 게 아닌 만큼 버텨야 한다”며 “과거에 1,000포인트에서 200포인트대까지 밀렸다가 다시 반등했던 역사도 있는 만큼 희망을 끈을 놓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3년ㆍ5년 등 장기적 시각으로 보면 지금의 고통은 순간일 수가 있다”며 “조금만 숨을 고르고 설사 펀드를 환매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어도 한번만 더 생각하길 충고한다”고 조언했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주식형펀드가 보통 1년에 추구하는 수익률이 10~15% 수준인데 지금은 시장 전체가 불과 3일 만에 이만큼 빠진 상황”이라며 “대안이라고 내세울 것도, 손실을 메우기 위한 전략을 마련한다는 것도 지금으로서는 난망하다”고 토로했다. 이 팀장은 그러나 “지금 환매에 나서는 건 투자의 전형적인 실패 사례를 답습하는 것”이라면서 “시장이 이렇게까지 망가진 만큼 분명 조만간 추세적인 반전의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며 그때까지는 기다릴 것을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