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흥진의 할리우드 통신] 오스카상 후보들도 국적 다양 "글로벌화"

영화 ‘드림걸스’의 한 장면

지난 23일 LA 베벌리힐스의 아카데미 본부에서 발표된 제79회 오스카상 각 부문 후보에서 뮤지컬 '드림걸스(Dreamgirls)'가 남녀조연상을 비롯해 총 8개 부문에서 수상 후보에 올랐으나 가장 중요한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에서는 예상을 뒤엎고 탈락했다. 드림걸스는 작품과 감독상 후보는 말할 것도 없고 실제로 작품상을 탈 가능성이 가장 높은 영화로 기대됐던 영화다. 드림걸스의 작품상 후보 탈락은 1985년 '칼러퍼플'이 작품상 등 총 11개 부문서 수상 후보에 오르고도 막상 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는 후보에 못 오른 일에 비견할 만한 사건이다. 영화 관계자들은 '드림걸스'의 탈락의 첫 이유로 작품상 후보감이라고 여겨지지 않았던 소품들인 '리틀 미스 선샤인(Little Miss Sunshine)'과 '여왕(The Queen)'이 후보에 오른 것을 꼽고 있다. 다음으로 흑인 여성 3인조 보컬그룹의 뮤지컬이 오스카 회원의 3분의2를 차지하는 백인 남자들에게 어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드림걸스'가 탈락, 작품상 수상작을 점치기가 더 힘들어진 상황속에 5개 후보작 중 지금 선두를 다투고 있는 영화는 마틴 스코르세지 감독의 '디파티드(The Departed)'와 멕시칸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나리투 감독의 '바벨'(Babel)'. 그러나 지난해에 모두들 최종 승리를 예상했던 '브로크백 마운튼'을 제치고 소품 '크래쉬'가 작품상을 탔듯 이번에도 '디파티드'와 '바벨'을 제치고 소품 코미디 '리틀미스 선샤인'이 작품상을 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영화는 지난 20일 거행된 제작자협회 시상식에서도 최우수 작품으로 뽑혀 다크호스로 꼽히고 있다.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은 '스코틀랜드의 마지막 왕(The Last King of Scotland)'에서 독재자 이디 아민으로 나온 포레스트 위타커와 '여왕'에서 엘리자베스Ⅱ로 나온 헬렌 미렌이 각기 탈 것이 거의 확실하다. 감독상 후보에 오른 마틴 스코르세지와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상을 놓고 겨루게 됐다. 지난해에는 이스트우드가 '밀리언 달러 베이비'로 상을 탔으나 올해는 스코르세지의 가능성이 높다. 올 64세인 그는 현존하는 미국 최고의 감독 중 하나로 이번까지 모두 여섯 차례 후보에 올랐다. . 이번 오스카상 후보의 특징으로 후보작과 후보들의 국제화를 들 수 있다. 작품상 후보 '바벨'은 4개 국에서 5개 국어로 찍었고 배우들도 미국ㆍ호주ㆍ일본ㆍ멕시코 및 모르코 출신으로 구성됐다. 역시 작품상 후보인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Letters from Iwo Jima)' 미국인 감독에 일본인 배우와 일본어 대사 그리고 일본계 미국인 각본가(아이리스 야마시타가 역시 수상 후보에 올랐다)가 만들었다. 감독상 후보들은 미국과 멕시코와 영국인들, 여우주연상 후보 5명 중 4명은 스페인과 영국배우들이다. '바벨'로 모두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아드리아나 바라자와 린코 키쿠치는 각기 멕시코와 일본 배우들이다. 그리고 남우주연상 후보로 오른 피터 오툴과 라이언 가슬링은 각기 영국과 캐나다 배우들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이나리투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이는 영화에서 점차로 문화와 언어의 장벽이 사라지고 있음을 뜻한다"고 말했다. 영화의 글로벌화 추세에 한국 영화계도 빨리 동승해야 함을 일러주는 대목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