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이번엔 공직 기강잡기

국무회의서 "보고서 잘써라" 질책

“오늘날의 경제 성장이 공무원 덕”이었다면서 관료들을 추켜 올렸던 노무현 대통령이 이번에는 부실한 보고서를 놓고 공무원을 질타, ‘군기 잡기’에 나섰다. 19일 청와대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비전 2030’에 대한 이상수 노동부 장관의 보고를 받은 뒤 “이 보고서를 누가 작성했느냐”, “양은 많은데 핵심이 빠져 있는 것 같다”면서 보고서가 지나치게 나열식으로 돼 있고 일목요연하지 못한 점 등을 조목조목 지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이 지적한 보고서는 요약 본도 없이 분량이 10여쪽에 달한 데다 분량이 많다 보니 보고시간도 10여분 이상 이어졌다고 한다. 윤승용 홍보수석은 “압축적이고 포인트를 잘 잡아서 해달라고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 산만했다”며 “시간상으로도 그렇고 문서도 덜 압축적이었던 점을 대통령이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각 부처는 보고서 작성시 요점이 부각되게 충실하게 쓰도록 노력해달라”며 “핵심 포인트를 잡아 추세에 대한 비교치나 지표 등을 잘 활용하고, 목표도 명확히 해달라”고 국무위원들에게 각별히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은 특히 “(보고서 쓴 사람을) 조치해 달라”고도 언급, 한때 회의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이 공무원들의 대표적 일상업무의 하나인 보고서 작성을 들어 ‘공무원의 자세’를 강조한 것은 올해부터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하는 등 임기 마지막 해 국정 챙기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온 만큼, 임기 말 공직사회 내 기강해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공직기강 다잡기 차원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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