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부총재가 당연직 금융통화위원이 되고 증권업협회의 금통위원 추천권이 폐지된다. 또 통화정책의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점을 감안해 한은이 중기 물가목표제를 도입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 마련되고 한은의 경비성 예산에 대한 정부의 승인 대상항목이 대폭 줄어 정부의 눈치를 덜 보게 됐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위원회는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이 22일 제출한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은행연합회, 증권업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3개 민간 단체 가운데 증협의 금통위원 추천권이 폐지되고 대신 한국은행 부총재가 당연직 위원으로 들어간다. 한은 부총재는 총재의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고 총재 유고시 금통위의장을 대행하게 된다. 금통위원 전원의 상임 체제도 유지된다. 쟁점 사안의 하나였던 경비성 예산의 정부 승인권에 대해서는 현행 사전 승인제를 유지하는 대신 그 범위를 급여성 경비로 한정하기로 했다.
한편 통화신용정책의 효과가 즉시 나타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선진국에서는 이미 운용하고 있는 중기 물가목표제를 도입할 수 있는 근거도 한은법에 반영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현재 한은법은 매년 단위로 물가목표를 설정해 운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통화정책이 길게는 1년 이상의 시차를 두고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적지 않아 보완이 필요하다”며 “선진국에서는 이미 6분기(1년반), 8분기 등의 중기 물가목표를 설정해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한은이 요구해 온 금융기관 단독 검사권은 지난해 한은과 금융감독원이 체결한 양해각서에 따른 공동 검사 체제를 유지하는 쪽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또 한은이 직접 운영하는 지급결제제도의 기준 제정 권한과 참가 기관에 대한 자료 제출 요구권을 한은에 부여하고 외국환 업무는 현재처럼 한은이 정부와 환율정책을 협의한 후 외환시장에서 집행하는 실무적 역할을 담당하기로 했다.
<권구찬기자 chan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