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효과' 세네…기술주 줄줄이 급락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상으로 촉발된 '환율 효과'가 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주가를 끌어내리며 증시에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시가총액 1위로 지수에 대한 영향력이 가장 큰 삼성전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제품 가격 담합조사까지 겹쳐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또 위안화와 엔화 등의 평가절상 우려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원화도 동반 강세를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투자자들의 심리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 3일 오전 11시40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9.38포인트 하락한 1,338.32를기록 중이다. 외국인이 기술주 중심으로 1천99억원어치를 순매도하고 있으며 기관도 매도에가세해 330억원어치를 내다팔고 있다. 개인만 1천349억원어치를 사들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전날보다 3.79% 하락한 66만원에 턱걸이하고 있으며 하이닉스[000660]는 4.21% 급락 중이다. LG필립스LCD[034220]와 LG전자[066570]도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 또 한국전력[015760]이 차익실현 매물로 4% 하락 중이며 SK텔레콤, 우리금융,신한지주[055550] 등도 약세를 보이는 등 여타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약세다. POSCO와 현대차가 각각 1.31%, 1.22% 상승하고 있으나 지수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환율 충격' 우려 고조 = 전문가들은 이날 지수 급락을 초래한 것은 '원화 강세' 우려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ECB의 금리 인상에 이어 일본은행(BOJ)이 8~9일로 예정된 정책회의를 통해이 달 내에 제로금리를 포기할 가능성이 있는데다 중국도 위안화를 인상할 가능성이있다는 것이다. 신영증권은 증시 하락 이유로 △삼성전자 실적 부진 우려 △내주 금융통화위원회와 동시만기일에 대한 부담 △일본 통화정책 변경과 이로 인한 엔(Yen)캐리 트레이드(금리가 낮은 나라에서 돈을 빌려 다른 나라의 자산을 사들이는 것) 자금 이탈우려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대신증권도 "일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8년래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일본의 국채 금리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현재 증시에선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이탈가능성이 가장 큰 화두"라고 지적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수석연구원은 "일본 엔화강세 우려로 엔캐리 트레이트 자금의이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투자심리가 악화하고 있다"며 "제로금리 상태에서 대출받아 전세계 금융시장에 투자된 자금들이 일거에 회수되면 국제 금융시장 및 상품시장의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가격 담합 여부에 대한 조사와 함께 달러 약세에 따른 실적 부진 우려가 겹치면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동반 급락해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실적이 예상치보다 20% 가량 밑돈다면 이는 `어닝쇼크'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1,300선이 운명의 갈림길 = 대다수 전문가들은 증시가 3월에도 '환율 효과'까지 더해져 약세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1,300선 부근에선 저가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반등의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투자자들은 이달 말에서 내달초 본격화되는 '어닝 시즌'을 '매수 타이밍'으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원화의 상대적인 강세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면서 수출주의 실적 우려 등으로 증시가 하락하고 있으나 환율에 대한 부담은 서서히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의 실적 우려가 이미 증시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어닝시즌은 오히려 매수 시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지수가 1,300선까지 내려가면 간접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돼주식형펀드의 환매 물량이 출회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 상황이다. 박소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2004년 이후 주식형펀드내 거치식 자금은 1,100 ~1,300선에서 5조6천억원이 유입됐다"며 "현재까지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지만 지수 가1,300선 아래로 내려가면 급격하게 환매가 진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