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적대적 M&A방지법 국회 공청회

"기간산업 보호 필요" 贊 "투자 자유화에 역행" 反
재계 찬성속 정부·외국계기업 반대입장 '팽팽'


‘국가의 안보 등을 위해 외국인의 기간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은 막아야 한다’ 대 ‘글로벌 스탠더드에 준거해 외국인의 자유로운 투자를 제한하는 것은 시대착오다.’ 국가 외환위기 이후 수없이 진행됐지만 여전히 해답을 찾지 못한 우리 사회의 팽팽한 화두다. 이병석 의원(한나라당)과 이상경 의원(열린우리당)은 이 같은 쟁점에 대해 기간산업 보호가 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핵심으로 삼은 ‘외국인 투자 등의 규제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해놓았다. 이 법안에는 적용 대상기업을 무기 등 군수물자 및 핵심부품 제조기업, 원자력ㆍ정유ㆍ철강 등 에너지ㆍ원자재 관련 기업 등으로 정하고 조사위원회 조사를 거쳐 대통령이 투자철회를 명령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 산업자원위원회는 20일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관련 법률안에 대한 공청회를 갖고 ‘외국자본 유치와 기간산업 보호’라는 민감한 쟁점을 골자로 한 법안 심의에 착수해 재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국판 ‘엑슨플로리오법’ 필요하다=재계는 최근 수년 동안 외국인의 적대적 M&A를 막을 수 있는 미국의 ‘엑슨플로리오법’과 유사한 법안의 필요성을 줄곧 제기해왔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 매입에 몰두하느라 투자시기를 늦추는 기업들이 상당하다는 점도 ‘한국판 엑슨플로리오법’의 필요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히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포스코나 삼성전자 등 대기업은 M&A를 규제하는 법률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도 국내 기업에 대한 외국 자본의 무분별한 M&A 시도를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 기업 중 상당수가 적대적 M&A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증권거래선물거래소에 상장된 코스피 200대 기업의 절반 이상이 M&A에 무방비 상태에 처해 있다고 발표했다. 2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적대적 M&A 위협에 방비하고 있다’고 답한 기업은 전체의 49.7%에 그쳤다. 상의의 한 관계자는 조사결과에 대해 “현행 상법상 포이즌필이나 차등의결권제 등 선진국 기업들이 많이 활용하는 경영권 방어장치의 도입이 원천 봉쇄돼 있어 기업들이 M&A 위협에 불안감을 갖고 있다”며 “선진국형 방어장치를 도입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포이즌필이란 적대적 인수세력이 M&A를 시도할 때 방어하는 수단의 하나로 인수대상 기업이 기존 주주에게 시가보다 싸게 신주를 살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공청회장 찬반의견 팽팽=이날 공청회는 기존의 공식대로 진행됐다. 정부와 외국계 기업은 이번 발의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진술인으로 나선 윤영선 산업자원부 외국인투자기획관과 조주형 옥션 대외협력실장, 한충민 한양대 교수 등은 “적대적 M&A를 막기 위한 외국인 투자 규제는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투자자유화에 역행하는 조치”라는 주장을 펼쳤다. 윤 기획관은 “국제사회의 우려와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외국인투자 유치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새로운 규제 도입에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 실장도 “입법안이 한국 투자를 고려 중인 외국기업들에 반외국기업 정서로 비쳐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재계는 적극적인 찬성의사를 표했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와 왕상한 서강대 교수는 첨단기술 유출과 국가안보 위협 등의 가능성을 우려하며 입법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이 전무는 “외환위기 이후 의무공개매수제도 및 외국인 주식취득 한도 폐지 등 경영권 보호장치가 사라짐에 따라 국가안보와 국가경제에 중요한 기업이 M&A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며 “국내 산업과 자본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는 투기자본의 진입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왕 교수도 “국가 안보 등 자국 이익을 위한 규제는 세계적인 추세”라며 “외국인 투자 위축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가안보에 반하는 외국인 투자를 무방비 상태로 방치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주장은 여전히 팽팽해 향후 추이를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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