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환율 급락세, 원인과 전망

고삐 풀린 환율 급락세, 원인과 전망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추승호 박용주 기자 관련기사 • 원.달러 환율 장중 980원선 '붕괴' 원.달러 환율이 9일 개장과 함께 다시 급격히 하락하면서 980원선마저 맥없이 무너졌다. 달러보유자들이 일제히 `팔자'에 나선 가운데 외환당국의 적극적인 매수 개입이감지되지 않으면서 한때 13원까지 떨어지는 폭락세가 연출되기도 했다. 이날 환율 급락세의 원인은 옵션만기 물량이 매물로 쏟아진데다 기업들이 손절매도에 나선 것이 주요인이라고 시장 참가자들은 설명했다. 그러나 좀 더 근원적으로는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가 곧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에 바탕을 두고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그에 따라 뉴욕 역외선물환(NDF)시장에서원.달러 환율이 현저히 낮은 것이 시장흐름을 좌우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기업들 달러매도에 옵션만기 겹쳐 급락 달러당 980원에 걸려 있던 옵션연계 매물이 쏟아져 나온데다 기업들이 일제히손절매도에 나서면서 시장에 달러공급 우위현상이 심화돼 폭락세가 연출됐다. 기업들은 수출대금을 받은 달러 매물을 끊임없이 내놓고 있으며 향후 환율의 추가하락을 우려, 손실을 줄이기 위해 기존 보유물량도 처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중소수출업체들은 환헤지를 거의 하지 않은 채 물량을 쏟아내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는 지적마저 받고 있다. 김용환 우리은행 외환시장운용팀 부장은 "심리적으로 안정되기 전까지는 970, 960원까지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달러약세에 역외시장의 하락세도 한몫 서울외환시장 개장을 앞두고 뉴욕 NDF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982원선에 마감된 것이 이날 서울 환시의 폭락세에 일조했다는 것이 시장의 공통된 분석이다. 지난주말 서울 환시의 종가 988원과 뉴욕 NDF 종가 사이에 6원 정도의 격차가벌어진 상황에서 이날 서울시장 개장과 함께 곧 바로 조정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심리적 요인까지 겹치면서 순식간에 980원이 뚫린 형국이다. 역외선물환 시장에서 원.달러가 하락하는 이유는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이 곧 멈출 것이라는 전망속에 엔.달러 환율이 114엔으로 밀린 것일 가장 큰 요인이다. 조희봉 하나은행 자금운용부 차장은 "달러 약세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급락했으며 지난 주말 미국 고용지표가 하락한 것으로 발표되면서 엔.달러가 내려간 것도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환투기세력 존재여부 여전히 논란 우리은행의 김 부장은 "역외 NDF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982원까지 내려가있는데 이는 외국의 대형 투자은행들이 달러매도 공세 영향 때문인 것 같다"면서 "투기적 성향인지, 헤지인지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려우나 NDF에서는 다소 그런 성향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나은행의 조 차장은 "자본시장에서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은 투기로 본다면 모두 투기적 성향이 있다고 하겠지만 현상황에서 투기세력의 준동에 대해서는 잘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외환당국 개입여부 환율의 반등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저가매수세와 외환당국의 매수개입이 관건이지만 장중 한때 당국이 시장개입에 나선 움직임이 포착되기는 했으나 적극적인 개입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투기세력에 의한 시장교란이 감지되지 않는 상황에서 섣불리 개입하기 곤란하다는 측면과, 시장의 자율반등에 맡기는 것이 현상황에서 더 낫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소모적으로 `실탄'을 허비하기 보다는 급등락을 미세조정하는데만 치중한다는입장이 여전히 고수되고 있는 것으로 시장은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주말 정부 당국이 거주용 해외부동산 취득의 완전 자유화 등과 같은강도높은 처방으로 외환시장 안정화를 꾀했으나 약발이 전혀 듣지 않음에 따라 외환당국의 선택의 폭은 갈수록 좁아지는 형편이다. 입력시간 : 2006/01/0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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