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디자인·가격보다 내몸에 먼저 맞춰라

발구조·척추 곡선등 고려해야 몸에 무리 없고 질환위험 적어
일주일에 4시간이상 탈경우엔 회음부 압박 줄이는 안장 필요

정부가 잇달아 자전거 활성화 대책을 내놓으면서 자전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자전거 타기가 심폐기능을 좋게 해주고, 스트레스 해소 및 비만예방에 도움을 주는 등 몸에 좋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효과는 ‘제대로 자전거를 탈 때’라는 전제조건을 갖췄을 때다.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 불편한 자전거를 계속해서 타는 경우, 오히려 몸에 무리를 주고 무릎ㆍ발목 통증 등의 관절질환 및 발기부전 등 비뇨기과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자전거 과학에 대해 홍보하기 위해 최근 한국을 찾은 의사출신의 자전거 전문가 미국의 앤디 프루트 박사와 로저 민코 박사에게 올바른 자전거 타기에 대한 조언을 들어봤다. ◇자전거도 몸에 맞추는 ‘피팅’ 거쳐야=세계적 자전거 제조회사인 스페셜라이즈드사의 메디컬 컨설턴트와 인체공학 전문의로 일하고 있는 프루트 박사와 민코 박사는 “자전거에 몸을 맞추지 말고 몸에 자전거를 맞추라”고 말했다. 몸은 걷기나 달리기에 적합하게 돼 있기 때문에 제대로 자전거를 타려면 생체역학적으로 자전거와 인위적으로 맞춰가는 과정, 즉 피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마치 안경을 새로 쓸 때, 골프를 새로 시작할 때처럼 자신의 몸에 맞추는 피팅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프루트 박사는 “골프는 어떤 자세로 어떤 채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비거리가 달라지기 때문에 골프 시작 전 자세를 배우고 채도 신중하게 고르는데 자전거를 선택할 때는 별다른 기술이나 자세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오로지 디자인과 가격을 본다”고 지적했다. 프루트 박사는 이어 “사람은 모두 다른 체격을 가지고 있고, 시간에 따라 체형이 바뀌기 때문에 자전거 선택시 개개인의 유연성과 발구조, 무릎의 위치, 척추곡선, 다리 길이 등 신체조건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 4시간 이상 타면 기능성 안장 고려를=일단 자전거를 탈 때 가장 눈여겨 볼 부분은 안장이다. 민코 박사는 “안장이 자신의 골반뼈 크기에 맞지 않거나 소재가 지나치게 푹신할 경우 회음부와의 접촉면적이 늘어나 압박감을 주고 혈류량이 줄어 통증과 마비를 유발한다”며 “남성의 경우 발기부전과 같은 질환 발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남성보다 골반이 1㎝ 가량 넓은 여성의 경우 여성용 안장이 별도로 필요하고, 일반자세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의 경우 골반뼈 너비가 130~160㎜라면 너비가 155㎜ 이상인 안장을 선택하는 게 좋다. 또한 자전거를 장시간 타는 사람이라면 회음부 압박을 줄여줄 수 있는 V자 모양으로 가운데가 뚫려 있는 안장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V자형 안장의 경우 회음부에 가해지는 최고 압박이 일반안장의 5분의1 수준이며 혈류량 감소도 훨씬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장높이는 앉은 상태에서 발뒤꿈치로 페달을 밟을 때 무릎이 살짝 굽어지는 정도가 좋다. 또한 무릎건강을 고려해 페달을 밟을 때 양 무릎을 일직선으로 모아주는 자전거 전용 신발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핸들은 어깨 넓이 정도로 벌려서 잡는 것이 좋다. 이인식 건국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안장의 높이와 위치가 잘 맞지 않으면 무릎과 발목 및 엉덩이에 통증이 생길 수 있으며 불편한 자세로 장시간 자전거를 타면 손목 통증이 생기고 핸들이 낮고 멀면 어깨 결림도 유발 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이런 장비구입과 피팅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일주일에 4시간이상 자전거를 타지않는 일반인이 타는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면 별도의 피팅을 받을 필요는 없다. 단 가볍게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라도 통증과 불편함을 느낀다면 우선 안장교체 등을 고려하는 게 좋다. 또 장시간 앉아있게 되면 회음부의 혈액순환에 장애를 주는 만큼 운행도중 엉덩이를 가끔 들어주면 좋다. 외국의 경우 생체역학적인 16가지 진단과정을 통해 자전거를 개인의 고유한 신체조건에 맞게 세팅하는 `바디 지오메트리 핏'과 같은 피팅 프로그램이 활성화돼있다. 스페셜라이즈드사의 국내 관계자는 “현재 금천구점과 서대문구점 등 2곳의 컨셉스토어에서만 제공하고 있는 피팅 서비스 제공을 더욱 확산시켜나가고 판매점에 대한 교육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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