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18일 한나라당의 법원제도 개선안에 대해 “사법부를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이뤄지는 사법제도 개선 논의로 매우 부적절하다”며 공식적인 유감을 표명했다. 사법부가 집권여당을 상대로 항의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한나라당이 지난 17일 국회에서 사법제도개선특위를 열어 ▦대법관 대폭 증원 ▦경력법관제 도입 ▦법관인사위원회 설치 등을 골자로 한 법원제도 개선안을 확정ㆍ발표한 데 대한 반발이다.
박일환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오후 대법원 3층 회견장에서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사법제도 개선 논의는 마땅히 사법제도 운영을 책임지는 사법부가 주체가 돼야 한다”며 “국회나 행정부가 사법제도 개선을 논의할 때도 삼권분립 대원칙과 헌법이 보장한 사법부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처장은 “최근의 사법제도개선 논의는 사법부를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진행방식 자체만으로도 매우 부적절하며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라며 “사법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존중심마저 잃은 이러한 처사는 일류국가를 지향하는 우리나라 품격에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박 처장은 또 “지금 거론되는 여러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미 사법부 자체에서 공식적으로 활발한 연구와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조만간 공표할 결과를 기초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사법제도 개선의 올바른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대법원의 공식 항의성명 발표에 일선 판사들은 사법부 독립이라는 취지 아래 동의를 표했다. 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일련의 사건과정이 사법부의 독립성을 해치는 방향으로 이어져왔다”며 “정치권에서 사법부를 배제한 채 제도개선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또 고법의 한 판사는 “사법제도 개선은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하는 것”이라며 “사회적 합의 없이 입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제도개선에는 국민도 법원도 찬성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