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 정비업체 지정 의무화 추진

'비리 연결고리' 끊어질까 관심
조합 ·시공사간 유착 제도적 차단 기대속
업체들 역량 부족에 실효성 의문 지적도


건설교통부가 일정 규모 이상의 재건축ㆍ개개발에 대해 정비전문업체를 의무적으로 지정하도록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각종 비리의 ‘검은 연결고리’가 끊길지 주목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법 개정을 거쳐 정비전문관리 업종이 정착되면 재건축ㆍ재개발 질서를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관련 시장도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이에 앞서 정비업체의 역량강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재개발ㆍ재건축은 일단 진행만 되면 막대한 이익을 보장하는 ‘황금알’로 인식되면서 각종 비리와 조합원간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재건축 밀집지역인 잠실지구의 경우 2단지를 제외한 1ㆍ3ㆍ4ㆍ시영 조합장이 각종 비리나 조합원들간의 소송으로 자리를 비웠을 정도다. 정부는 이에 따라 그 동안 유명무실했던 정비전문업체의 역할을 강화함으로써 ‘비리의 검은 고리’를 끊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일정 규모 이상의 재건축에 대해 의무적으로 정비전문업체를 지정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조합과 시공사간의 유착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또 법적 분쟁 소지에 대비, 변호사와 업무협약을 반드시 체결하도록 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정비전문업계에서는 300~500가구 이상 단지가 의무지정 대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비전문업체가 조합과 시공사 사이에서 사업추진부터 조합청산까지 정비사업 전과정에 걸쳐 업무대행을 하게 될 경우 정비사업 투명화에는 일정 부분 기여할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처럼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기에는 정비업체의 규모가 지나치게 작아 전문성과 실무경험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 과거 비리 연결고리 중의 하나였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비업체에 힘을 실릴 경우 자칫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시공사와 결탁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주거환경연구원의 박미선 연구원은 “정비업체의 지위 강화에 맞춰 전문인력을 확충하고 인수합병(M&A)을 통해 규모를 키우는 등의 보완책 마련이 필수적”이라며 “그렇지 못할 경우 정비업체 의무지정제는 또 다른 규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정비전문업체 제도는 지난 2003년 7월 도정법 개정으로 도입됐지만 지정 여부를 조합의 자율에 맡겨 정착되지 못했다. 현재 서울에는 230여개, 전국적으로 350여개 정비전문업체가 있지만 이중 30%만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업체가 직원 10명 미만으로 영세한데다 출혈경쟁으로 상당수가 도산위기에 직면해 있다. 정비전문업계는 건교부의 의무지정제도 도입을 반기면서도 실질적인 시장 활성화를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비업체 모임인 도시정비전문관리협회는 정비업체 의무지정이 과당 출혈경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일정 수익을 보장하는 수준에서 용역비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또 사업 활성화를 위해 재건축에 대한 규제완화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선웅 오엔랜드21 이사는 “재건축 사업은 대부분 시공사의 자금력에 의존해온 것이 현실”이라며 “정비업체는 자금력이 없고 은행권 파이낸싱도 불가능한 만큼 정부기금을 활용하는 등 지원책 마련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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