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소비 늘어 봄바람 분다지만…

1분기 소매업·외식분야 뚜렷한 실적 개선속
"고용 회복 더뎌… 지갑열때 아니다" 지적도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기 시작하면서 미국 경제에도 봄바람이 불고 있다. 하지만 미국인들이 경기침체 기간 동안 보여줬던 '검약의 미덕'을 금세 잊어버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미국의 어닝시즌이 한창인 가운데 일반 소비자들과 가까운 소매업ㆍ외식분야의 실적 개선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27일 보도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발표된 요식업체 치즈케이크팩토리의 1ㆍ4분기 실적은 전년 대비 86%나 급증했다. 고급침구류 업체인 템퍼페딕도 1ㆍ4분기 순익이 43%나 늘면서 예상치를 웃돌았다. 전문가들이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점쳤던 개인용컴퓨터(PC) 판매량도 5%가 늘어나는 기염을 토했다. 이 같은 소비심리의 부활이 앞으로도 쭉 이어질 것이란 목소리도 높다. 시장조사업체인 매크로이코노믹 어드바이저스는 미 재무부가 분기마다 발표하는 개인소비 지표가 1ㆍ4분기에 3.6%(전분기대비) 급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4ㆍ4분기 개인소비는 1.6% 오르는 데 그쳤었다. 26일 예상을 웃도는 발표한 캐터필러와 월풀 등 대형 제조업체들도 일제히 올해 실적 전망을 상향조정했다. 하지만 아직 지갑을 열 때가 아니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마크 잰디 무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빨리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고용상황은 느리게 개선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내내 9.7%에 머물러 있었던 미국의 실업률은 4월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잰디 이코노미스트는 또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전체 가계부채가 6,000억달러가량 줄어든 게 소비 증가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소비자들의 수입이 증가한 게 아니라 소비심리만 나아졌다는 이야기다. PNC파이낸셜서비스그룹의 스튜어트 호프먼 이코노미스트도 "과거 추이를 볼 때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7%에 달해야 옳다"며 "요즘 미국의 경기회복은 반쪽짜리 회복"이라고 밝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추이를 봤을 때 경기침체 종료 후 이듬해에는 경기 하락폭의 두 배 정도 되는 성장률을 보이기 마련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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