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도 조직·인력 줄인다
행정안전부 '지방예산 10% 절감' 업무보고최저가낙찰제 '100억이상으로' 확대
임웅재 기자 jaelim@sed.co.kr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계약제도 등을 개선해 지방예산의 10%(약 12조원)를 절감, 지역경제 살리기에 투자하고 지자체 슬림화, 특별지방행정기관 정비에 나선다.
문제는 정부가 지자체에 이를 강제할 수단이 상당 부분 사라졌다는 데 있다. 행정안전부가 15일 대통령에게 보고한 주요 업무계획에는 지자체가 경제 살리기, 조직ㆍ인력 슬림화에 나서도록 '교부세'라는 돈줄과 계약제도 등 소관 법령을 총동원하겠다는 속뜻이 담겨 있다. 교부세는 내국세의 19.24%와 종합부동산세로 조성되며 올해 27조원 규모에 이른다.
◇교부세ㆍ법령으로 지자체 '압박'=행안부는 보통교부세(올해 23조원)의 경우 지역경제 수요 비중을 24.5%에서 내년 30%로 높여 기업유치에 필요한 도로 등 지역경제 인프라 확충 수요가 큰 지자체에 좀더 많은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역발전교부세도 신설하기로 했다.
또 조직ㆍ인력 감축 및 예산절감에 적극적인 지자체가 좀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부동산교부세(3조원)와 특별교부세(9,000억원) 배분 기준도 고치기로 했다. 종부세로 조성되는 부동산교부세 중 20%를 예산절감 지자체에 지원하고 지역 현안 사업과 재해 대책에 쓰는 특별교부세(올해 9,000억원)에 성과ㆍ시책수요를 신설한다는 것.
이와 함께 지자체 조직개편 등과 관련한 기준 등을 담은 지침을 다음달까지 마련해 시달하고 조직ㆍ정원을 방만하게 운영하는 지자체에 대해서는 '지자체의 행정기구와 정원 기준 규정' 등을 동원해 시정령을 내릴 계획이다. 위원회 남설을 막기 위해 '정부위원회 관리ㆍ운영법' 제정도 추진한다.
반면 정부와 지자체 간의 소통을 원활히 하고 지자체의 어려움을 신속히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 주재 시ㆍ도지사회의를 반기에 1회 정도 열고 지방관련 법령 제ㆍ개정시 지자체 의견을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
◇계약제도ㆍ공무원연금제도 개선=행안부는 지방예산절감을 위해 계약제도를 중점 개선하기로 했다. 우선 행안부 내에 민관이 참여하는 '지방예산절감 태스크포스(TF)'를, 광역시ㆍ도에 계약심사 전담부서를 설치해 덩치가 큰 공사예산의 낭비를 막기로 했다. 관급 공사 최저가낙찰제의 범위도 현행 '300억원 이상'에서 '1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해 원자재가 급등, 분양시장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업계의 주름살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공무원연금제도는 신규 임용자의 경우 국민연금과 같은 수급구조로 개편하되 재직자는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재설계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와 공무원이 부담하는 보험료율을 어느 정도 올릴지, 받는 연금을 어느 정도 삭감할지는 연금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기구인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를 열어 다음달 중 시안을 마련한 뒤 상반기 중 정부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개편안을 마련해 건의하라고 만든 발전위가 행안부의 지침에 따라 '들러리'를 서게 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보험팀장은 "기존 공무원의 보험료율 인상폭과 연금 삭감폭이 제시되지 않아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수준의 개편안인지 알 수 없다"며 "행안부는 보수월액의 8.5%인 공무원 부담 보험료율을 17% 수준으로 올리지 않으면 공무원연금수지 적자구조가 해소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