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수장들 경기인식, 낙관서 한달만에 후퇴

경기진단도 '오락가락'

정부의 낙관론이 후퇴한 것은 통계로 나온 지표로만 확인되는 것이 아니다. 경제수장들의 경기 인식도 한달 만에 급속하게 후퇴했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1일 일본 미주개발은행(IDB)에 참석,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재의 경기상황에 대해 ‘조심스러운 낙관(catious optimism)’이라는 표현을 썼다. 현지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도 같은 의견을 꺼냈다. 부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평소 확언을 꺼려 하는 성격이 기인한 것이기는 하지만 종전 입장에 비하면 다소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한 부총리는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국제유가와 환율 등 대외 움직임에 의해 회복이 제약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소비심리가 민간 실물경기에 한 분기 선행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2ㆍ4분기에는 회복이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었다. 한층 조심스러워진 셈이다. 재경부 일각에서는 경기회복을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대심리만 충만해 그동안 억눌려왔던 물가상승 압력만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박승 한은 총재의 경기진단은 ‘오락가락’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박 총재는 지난 7일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뒤 “하반기부터 경기회복이 본격화되겠지만 회복세가 화끈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과 한달 전 “지표가 예상보다 좋게 나타나 경기회복 속도가 1분기 정도 앞당겨질 것”이라며 2ㆍ4분기 중 회복론을 읊었던 것과 딴판이다. 7일 금통위 이후 기자실을 찾은 박 총재는 경기회복 시기를 묻는 질문에 곤혹스러워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3월 경기회복이 앞당겨질 수 있다며 기대감을 한껏 심어줬기 때문이다. 이날 박 총재는 “경기가 개선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속도와 폭이 문제다”며 “유가와 환율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럭비공 경기지표’만큼이나 고위 당국자들의 경기진단 발언도 어디로 튈지 종잡을 수 없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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