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의미] 무리한 불공정 행위 적용에 제동

서울 고법이 3일 내린 삼성SDS 관련 판결은 크게 두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첫번째는 공정위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무리한 법적용에 제동을 건 것이고, 두 번째는 삼성SDS의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보에 대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매각가격이 헐값이라는 점을 법원이 간접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삼성SDS는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을 납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 반면 국세청으로부터 증여세를 부과받은 이재용씨는 향후 소송을 하더라도 패소할 확률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 무리한 불공정 행위 적용에 제동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불공정거래행위가 성립하려면 사업자가 특수관계인에게 부당지원행위를 하고 이로 인해 지원받은 이가 경쟁자에 비해 유리한 지위를 확보하는 등 우려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 뒤 "이 사건은 이런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판결은 공정거래법 위반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BW를 인수한 이재용씨 등이 시장경쟁에서 다른 경쟁자보다 유리한 지위를 확보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 법원의 설명이다. 법원은 불공정행위에 대한 정의로 '지원객체가 다른 경쟁자를 배제할 정도로 유리한 지위를 확보할 것'이라는 방향으로 축소해석할 것을 공정위에 주문한 셈이다. 이에 따라 이번 판결은 현재 삼성 계열사들이 이재용씨의 인터넷회사 지분을 시가보다 비싼 가격에 사줬다는 혐의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 공정위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그 동안 비싼 값에 인수한 사실을 입증하면 과징금부과 등 공정거래법 위반혐의를 적용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해 왔다. 또 최근 언론사주의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지원도 사례가 비슷해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또 "재벌총수 후손이 비상장 계열사 주식을 상장전에 저가로 인수해 회사를 지배하는 등 경제력 집중을 강화하고 부의 세대간 이전을 가능토록 한다는 공정위 주장은 일면 타당성이 있고 이번 경우도 비계열 증권사를 거치는 편법적 방식을 통했다고 보여지나 불공정거래 우려가 있다고는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이재용씨 등이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사업자가 아닌데 따른 해석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 대해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이재용씨 등이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사업자는 아니지만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에 대한 지원도 부당지원행위임을 명시하기 때문에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며 "대법원 상고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법논리를 입증하는데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 증여세 탈루 추징에는 긍정적 영향 국세청이 지난 4월 이재용씨 등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한 처분은 이번 판결로 긍정적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법원은 BW헐값 매각 사실과 부의 변칙 증여에 대한 공정위의 제재가 타당하다고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법원은 이재용씨의 BW인수가격이 얼마나 저가인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지는 않다. 다만 재판부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지원은 비상장 계열사의 주식을 상장전에 저가로 인수토록 함으로써 해당사를 지배하도록 하거나 경재력의 집중을 유지ㆍ강화시키고 부의 세대간 이전을 가능토록 하는 행위"라며 "공정위의 이 같은 주장은 타당성이 있고 이를 규제할 필요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삼성은 국세청이 지난달 15일 이재용씨가 증여세 부과에 불복해 과세전 적부심 청구를 기각하자 행정소송을 검토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증여세 부과의 적법성 여부는 국세청과 삼성측과의 행정소송에 앞서 이번 공정위관련 소송에서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다고도 볼수 있다. 권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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