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무력화 기도" 반발

경총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조항 삭제 지침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가 노사 상급단체간 논쟁의 대상에서 산업현장 노사갈등의 구체적인 쟁점으로 부상하게 됐다.한국경영자총협회가 내년 1월1일부터 노조 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서는 올해 단체협약에서 이를 개정해야 한다고 지침을 내리면서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총은 노조 전임자가 과도하게 많아 노사갈등을 증폭시키는 근본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보고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뿐 아니라 주요 산별 연맹의 선출직 간부들은 대부분 개별 기업의 노조 전임자로 사용자에게 임금을 지급받으며 노동운동을 이끌고 있다. 이수영 경총 회장은 지난해 10월과 12월 한국노총과 공동 개최한 노사토론회에서 “노조 전임자에게 사용자가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분명 잘못”이라며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해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총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조항을 현행 법대로 시행하지 않으려면 경총의 시체를 밟고 넘어가야 할 것”이라며 단호한 입장을 수 차례 밝혀 왔다. 경총지침은 노사협의회 근로자 위원, 명예 근로감독관 등 ‘유사노조전임자’들에 대한 급여지급요구 뿐 아니라 노조전임자의 수당 증설이나 무리한 기금출연 등도 거부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무급 노조전임자도 출퇴근이나 외출 등에 대해 반드시 사용자 지휘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사관계조정법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노조 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사용자는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정부는 지난 97년 사용자의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을 금지하도록 법을 개정하고서도 노동계 반발을 고려, 지난 10년간 시행을 유예해 왔다. 그러나 노동계는 경영계의 이러한 요구가 노동운동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의도라고 강하게반발하고 있다. 기업별 노조가 중심인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노조 전임자 임금을 노조비로 지급하게 되면 노동운동에 전념할 인력이 태반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의 최근 조사 결과 중소기업의 86.9%가 노조 전임자 임금을 회사가 전액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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