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여자 초등학생을 성폭행하려다 살해하고 시체를 불태워 내다 버린 ‘용산 성폭행범’ 김모씨 부자(父子)에게 2억5,000만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범행 일주일 뒤 김씨의 아내가 남편으로부터 대리권을 받아 사실상 유일한 재산이었던 집을 팔아버리는 바람에 판결이 확정된다고 해도 곧바로 배상금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3부(이준호 부장판사)는 29일 용산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 허모양의 부모가 범인 김모(55)씨와 그의 아들(28) 및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김씨 부자는 허양 부모에게 2억5,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김씨 부자는 허양을 살해한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허양이 정상적으로 성장했을 경우 얻을 수입, 장례비, 허씨 부부의 정신적 피해 등에 대해 2억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하지만 경찰이 초동수사를 잘못해 사건을 막지 못했다는 허씨 부모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성폭행 전과자의 정보를 완벽히 공유해 범인을 찾아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당시 경찰은 허양의 소재 파악과 범행 예방 등을 위해 합리적인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씨는 2006년 2월 서울 용산구 자신의 신발가게 앞 비디오 대여점에 비디오 테이프를 반납하러 온 허양을 납치해 성폭행하려다 허양이 반항하자 살해하고 시체를 불태워 유기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