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최효진(28ㆍ가명)씨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낮술 한잔 했느냐’는 질문을 자주 들어 곤혹스럽다. 툭하면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안면홍조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 저것 발라보고 먹기도 해봤지만 쉽게 치료되지 않아 대인관계에서 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최근 극장가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영화 ‘미쓰 홍당무’의 여주인공도 시도 때도 없이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안면홍조증 환자다. 안면홍조증은 폐경 여성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일종의 폐경증후군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젊은층 환자들도 많이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사회생활을 활발히 해야 할 연령층에서 얼굴이 늘 붉게 달아올라 있는 것은 여간 스트레스가 아니다. 안면홍조증 치료ㆍ관리법에 대해 알아본다. ◇“쉽게 얼굴 붉어지고 지속되면 안면홍조증 의심을”= 안면홍조증은 혈관의 수축ㆍ이완 기능을 담당하는 자율신경의 과민반응으로 나타나며 원인에 따라 심리적인 것과 온도 변화에 의한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불안감을 느끼게 되면 체온이 갑자기 올라가는데 우리 몸은 혈관을 확장해 체온을 떨어뜨리려고 한다. 이 때 얼굴에 있는 혈관이 정상보다 많이 늘어나 붉게 달아 오르는 정도가 심하고 늦게 가라앉는다면 안면홍조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추운 곳에 있다가 따뜻한 실내에 들어오거나 사소한 자극에도 쉽게 얼굴이 붉어진다. 낮은 기온에 민감해진 피부가 실내외 온도차이에 쉽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의 경우 몇 분 지나면 원상태로 돌아가지만 붉어진 상태가 지속된다면 이 역시 안면홍조증일 가능성이 높다. 안면홍조증은 이 밖에도 스테로이드 연고 과다 사용, 피부의 탄력을 저하시키는 자외선 노출, 폐경기로 인한 여성 호르몬 감소, 오랫동안 앓아 온 여드름이나 아토피ㆍ피부 알레르기 등 다양한 이유로 모든 연령의 남녀에서 발생할 수 있다. 선천적으로 알코올 분해 효소가 모자라는 사람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 안효연 고려대 안암병원 피부과 교수는 “안면홍조 증상은 주로 20~30대 여성에서 흔하지만 심한 증상은 오히려 남성이 더 많다”며 “처음엔 코와 뺨 등 얼굴 중심부에서 시작해 이마와 턱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면홍조가 있는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혈관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증상이 점차 심해져 영구적으로 붉어진 상태가 될 수 있다. 모세혈관 확장증(혈관이 굵어져 실핏줄이 보이는 상태)으로 악화돼 대인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생활습관만 고쳐도 증상 개선에 도움= 평소 얼굴이 쉽게 달아오른다면 우선 식생활습관 개선에 신경을 써야 한다. 세안은 미지근한 물로 시작해 찬물로 마무리하면 피부의 저항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피부를 자극할 수 있는 지나친 팩이나 스크럽은 삼가고 자신의 피부에 맞는 화장품을 사용해 피부 트러블이 생기지 않도록 한다. 외출시 자외선차단제를 바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식습관도 중요하다. 매운 음식이나 카페인이 많이 들어있는 음식, 과량의 알코올은 삼가고 비타민ㆍ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칵테일ㆍ카레ㆍ생강 같은 것을 피하고 식품을 사먹을 때는 조미료가 덜 들어간 것을 먹도록 한다. 사소한 감정에도 모세혈관의 신경이 쉽게 자극받아 혈관이 이완돼 얼굴이 붉어진다면 마음을 편안히 갖고 얼굴이 빨개지면 분당 6~8회 정도로 느리게 심호흡하는 것도 임시방편으로 권할만 하다. 겨울철에는 혈액순환ㆍ신진대사 증진을 위해 가벼운 마사지나 팩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고온 상태의 목욕이나 사우나는 가급적 피한다. 또 두꺼운 옷보다는 얇은 옷을 여러 겹 입어 체온 조절이 쉽도록 하는 게 좋다. 평소에는 급격한 온도 변화를 피하고 외출시 마스크ㆍ목도리 등을 착용, 찬 바람이 피부에 직접 닿는 것을 피해 피부를 보호하면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약물치료 안되면 “피부 스케일링, 레이저 치료 고려를”= 폐경기 전후 일어나는 안면홍조 증상은 체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양을 측정해 호르몬 치료가 필요한지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젊은층의 안면홍조증은 먹는 약물투여와 바르는 치료를 우선 고려해 볼 수 있다. 두 가지 방법으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면 피부 스케일링과 모세혈관 레이저 치료 등이 시행된다. 레이저치료의 경우 레이저를 이용해 과도하게 증가한 혈관을 직접 파괴해 치료하는데 최근에는 피부나 피부 속 정상혈관에 손상을 입히지 않고 늘어난 혈관만을 선택해 파괴하는 ‘플러스 옐로 레이저’가 사용된다. 김문정 명동고운세상피부과 원장은 “플러스 옐로 레이저는 노란색ㆍ녹색 두 가지 파장을 방출해 치료하는데, 노란색 파장은 정상 피부조직에는 거의 흡수되지 않으면서 혈액 내 헤모글로빈에 잘 흡수돼 비정상적인 혈관을 파괴한다”며 “녹색 파장은 피부내 검은 색소인 멜라닌을 선택적으로 파괴하기 때문에 안명홍조증상 외에 기미ㆍ주근깨ㆍ검버섯ㆍ점 등 색소성 질환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증상에 따라 IPL(다양한 빛의 파장을 이용한 치료법) 등과의 복합치료도 고려해볼 수 있다. 김문정 원장은 “한 달 간격으로 2~3회 정도 시술받으면 효과적이다. 안면홍조증 환자들의 경우 혈관이 쉽게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 새로운 혈관이 생기면 보충치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안효연 교수는 “함부로 바르는 것을 사용하지 말고 반드시 전문의와 먼저 상의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며 “환자 본인도 안면홍조를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을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고 본인에 맞는 적절한 치료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움말=이진무 동서신의학병원 한방여성건강클리닉 교수, 강진수 강한피부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