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W시장 '세기의 재판' 시작

【뉴욕=김인영 특파원】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업체인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MS)사와 미 연방법무부가 소프트웨어 시장의 독점 여부를 놓고 세기의 재판을 시작했다. 법무부는 20개 주 검찰과 함께 MS가 PC 운용 소프트웨어를 독점함으로써 지난 95년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쟁정책을 규정한 행정부의 합의각서를 파기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MS는 『윈도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따라 웹브라우저인 「익스플로러」를 판매한 것일 뿐 끼워팔기를 한 적이 없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독점 시비는 MS가 「익스플로러」를 「윈도 95」에 끼워 팔자, 경쟁사인 넷스케이프사가 자사의 웹브라우저인 「네비게이터」 판매에 막대한 손해를 보았다고 법무부에 제소하면서 비롯됐다. 이에 MS의 또다른 경쟁사인 선마이크로시스템사가 「자바」 프로그램이 MS의 「윈도 95」에 맞지 않아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은 지난 3월 미 상원 법사위에서 MS의 빌 게이츠, 선마이크로시스템의 스코트 맥닐리, 넷스케이프의 제임스 박스데일 회장이 얼굴을 맞대고 공방을 벌인데 이어 5월 연방 법무부와 주 검찰의 제소에 의해 이뤄진 것. 연방 항소 법원은 재판기간을 줄이기 위해 일단 법무부와 MS, 경쟁사의 증언을 서면으로 받고, 개벌적으로 당사자들을 불러 반대심문을 벌일 계획이다. 이번 재판의 결과에 따라 세계 소프트웨어 산업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MS의 사활이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될 전망이다. 미 법무부는 제너럴 모터스(GM), AT&T, IBM 등에 대해서도 독점 여부에 대한 조사를 벌인 역사를 가지고 있다. 70~80년대에 걸친 AT&T의 독점 소송에서 법원은 AT&T의 분할을 명령, 8개의 지역 전화회사(베이비 벨)와 장거리 전화회사의 경쟁체제를 명령한 적이 있다. 또 IBM은 소송에 휘말리면서 법무부를 너무 의식하는 바람에 사업에 주눅이 들었고, 소송 결과에 관계 없이 큰 상처를 입었었다. MS는 IBM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독점 소송과 관계 없이 사업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게이츠 회장은 법원 증언에 나서지 않고, 비디오 테이프와 변호사를 통한 서면 증언으로 대신할 예정이다. 그는 소송이 시작된 날, 격년으로 열리는 「사색의 주간」 행사를 주관, MS의 신사업 분야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법무부와 경쟁사의 엄포에 절대 기세를 꺾이지 않겠다는 심산이다. 그러나 게이츠 왕국의 반대자들도 만만치 않다. 넷스케이프의 박스데일 회장은 연방 법무부측 첫 증인으로 나서고, 「자바」의 발명자인 선마이크시스템의 제임스 고스링씨도 법정에서 MS의 횡포와 거만함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번 소송은 미국 하이테크 산업의 최대관심사다. 애플, 인텔, IBM, 인튜이트, 컴팩, 델 컴퓨터 등 내로라는 업체들이 MS측 또는 그 반대측에 서있다. 이번 소송에 대한 실리콘 밸리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첨단 하이테크 산업에 대해 정부의 규제가 들어오는데 대해 반대 여론이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MS가 독주할 경우 살아남을 업체가 없다는 위기 의식이 깔려있다. 뉴욕 월가에서는 미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이 2001년에 2조3,000억 달러의 방대한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과거 IBM 재판이 13년을 끈 점을 감안할 경우, 재판이 끝나기 전에 MS가 시장을 완전 장악할 가능성도 없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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