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신뢰 회복해야 투자자들 돌아온다

부동자금을 증시로(中) 갈 곳 없는 부동자금이 400조원에 달하지만 부동산에만 시선을 던질 뿐 증시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증시를 이끄는 기관투자자들은 물론 일반 투자자들도 기본적으로 시장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SK글로벌 분식회계 이후 터져 나온 환매 거부와 최근의 카드채 사태는 불신의 기폭제였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잇따라 터지는 기업의 분식회계, 수익률만을 쫒아 위험관리를 등한시 해온 투신, 증권사 등 시장조성자들에 대한 신뢰추락과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 퇴색이 증시의 돈가뭄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부동산대책이 연이어 나왔지만 부동자금이 꿈쩍도 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부동자금을 증시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시장에 대한 신뢰회복과 경기회복에 대한 의지 표명, 투신ㆍ증권사의 구조조정을 통한 시장 조성자들의 펀더멘털 강화 등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신뢰회복이 선결과제=정부가 투기억제의 결정판이라고 발표한 `5ㆍ23 부동산 종합대책`이후에도 시중 부동자금이 직접 자금조달 시장으로 들어오려는 기미는 거의 없다. 고객예탁금은 지난 3월 11조원을 돌파한 후 4월 중순까지 10조~11조원을 맴돌다 이후 감소세로 전환, 26일 현재 9조4,000억원대로 추락했다. 두달만에 1조7,000억원이나 줄어든 것이다. 반면 주가는 3월27일 549.26포인트에서 26일 현재 617.65 포인트로 12.45% (68.39 포인트)나 상승했다. 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자금은 오히려 증시에서 빠져나간 것이다. SK, 카드채 등에 대한 환매유보 등 시장에 대한 불신이 투자자의 발길을 증시에서 멀어지게 한 가장 큰 이유다. 그리고 여기에는 위험분석을 하지 않은 채 무조건 수익률만을 쫒아온 투신과 증권사의 행태도 한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증시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내 돈은 안전하다`는 신뢰감을 투자자에게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동락 현대투신운용 운용본부장은 “증시가 활성화하려면 신규 투자자의 자금이 들어와야 된다”며 “이를 위해서는 최근의 환매유보 등으로 인해 땅에 떨어진 고객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세액공제 등 실질적인 유인책 필요=전문가들은 부동자금의 증시유입을 위해서는 신뢰회복과 동시에 세액공제 혜택 등 실질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영훈 한화증권 기업분석팀장은 “비과세 주식형 펀드의 경우 이렇다 할 메리트가 없어 벌써 고객들로부터 외면을 받고있다”며 “과거 인기를 끌었던 세액공제 주식저축제도 등을 다시 도입하고 기업배당도 액면가 배당에서 시가배당으로 바꿔 장기투자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별 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투신사와 증권사의 구조조정도 필요하다. 대형화ㆍ집중화가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지금과 같은 수익률 경쟁과 수수료 위주의 경영에 급급할 수 밖에 없고 이럴 경우 제2, 제3의 카드채, 환매거부 사태 등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업금융 활성화 등 자금 선순환구조 만들어야=기업의 투자수요 확대 등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춘수 대한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부동산만 잡는다고 돈이 증시로 들어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증시에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확신을 줄 수 있을 때 그리고 경기가 회복된다는 확실한 신호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은행 등 금융기관의 기업금융 확대 방안도 필요하다. 지금처럼 은행들이 가계대출 위주로 자금을 운용한다면 `기업의 투자확대-경기회복-증시활성화`라는 자금 선순환 구조는 요원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97년 이후 총 유동성은 68%나 늘어난 데 반해 기업금융은 3~4%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와 관련, 이정재 금융감독위원장이 기업금융 활성화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주목할만하다. 가계대출 위주의 은행 여신구조를 기업의 투자를 진작할 수 있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는게 이 위원장의 복안이다. <한기석,송영규기자 sk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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