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 의상 담당은 역사 고증을 통해 만들어지는 한복이라는 점에서 공부가 되고 퓨전 사극에서는 디자이너가 하고 싶은대로 맘껏 할 수 있는 창조력이 발휘돼 신바람이 납니다.” 드라마 ‘왕의 여자’ ‘영웅시대’의 의상을 만들었던 한복디자이너 이효재(47)씨가 방송외주사에서 제작될 퓨전사극 ‘기생학교’(가제)의 의상에서부터 그릇, 장신구, 음식에 이르기까지 연기자 연기외 모든 것을 맡아 준비에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한 디자이너가 이렇게 많은 분야를 담당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는 “의식이 변해야 한다는 사람중의 한 사람”이라며 “옷 하는 집이지만 손으로 하는 의식주 모든 것이 남들과 달라서인지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죠. 웰빙 디자이너라고 하는데 저는 시골에서 하던 그 습성과 요리도 거의 하지 않는 원초적 그대로 먹고 꾸미고 하는 것뿐인데 서울에서는 이것이 달라 보이나 봐요”라고 말했다. 서울생활이 15년째지만 주말마다 내려가는 용인 시골집에서 농사도 짓는 시골살림을 함께 한다. 뒷산에서 취나물, 부추, 연, 땅콩, 토란을 심으면서 캐 온 농산물과 여행 각지에서 사온 송이 등 산지나물을 그대로 냉동보관하면서 맛있는 음식을 손님에게 제공한다. 그는 정말 마음이 넉넉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있다. 그의 별난 솜씨 만큼이나 서울 집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그의 집은 경복궁 돌담을 따라 국립민속박물관 정문 앞에 예쁘게 앉아있는 검은 기와집에는 ‘효재(效齋)’라는 한문간판이 걸려 있는 곳. 약간 열려있는 나무대문을 살짝 열면 작은 정원이 방문객을 반긴다. 갤러리인지 카페인지 모를 이곳의 정체는 혼수 한복 판매 숍이다. 15년째 한복을 만들고 있는 곳이지만 쇼 룸도 없고 간판도 내걸고 있지 않아 언뜻 보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짐작하기 힘들다. “‘남들보다 더디 가보자’ ‘거꾸로 가보자’ ‘남 안하는 짓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간판도 올리지 않고 쇼윈도도 없이 하고 있습니다”라는 그는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뭐하는 곳이야’면서 들어와요. 한복집이라고 하면 밖에 쪽두리라도 걸라고 해요. 이집에 온 사람이 또 오고 싶어하고 그래서 차 마시러 오는 단골도 많아져 저는 매우 행복합니다”라고 말했다. 시간의 흐름과 상관없이 5평 남짓의 마당을 벗삼으며 살고 있는 그는 워낙 사람을 좋아해 거실 일부를 다실로 꾸몄다. 마당도 직접 손질한 뒤 다양한 화초를 가꾸고있다. 다실 역시 주인이 용인 시골집에서 가져온 막돌로 주방을 꾸몄고 원목 선반위로는 크고 작은 수많은 찻잔과 다기가 올려져 있다. 이 곳은 귀한 손님을 접대하기 원하는 지인에게 흔쾌히 내어놓곤 하는데, 때로는 손님이 이곳을 찻집으로 착각하고 차 값을 쥐어주고 나가는 웃지 못할 일도 생긴다. 그의 남편은 국악을 주로 다룬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인 임동창씨. 소리꾼 장사익씨가 ‘대전 브루스’와 ‘찔레꽃’ 등을 노래할 때 피아노 연주자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