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4년 만에 ‘9월 상순’열 예정이었던 노동당 대표자회를 연기한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이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3남 김정은으로의 후계체제 구축 절차로 전해진 북한 당대표자회와 관련, “오늘은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당대표자회 연기 이유에 대해서는 “수해가 이유일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내부 사정이 있는 것 같다. 정부로서는 정확한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표면적인 연기이유는 노동당 규약상 ‘총원의 3분의 2’로 돼 있는 개회 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 지난달 홍수와 이달 초 태풍의 여파로 북한의 교통망이 이곳 저곳 망가져 지방 대표자들이 평양에 올라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북 인권단체 ‘좋은벗들’은 이날 당대표자회 연기 소식을 전하면서 “수해로 도로 여러 곳이 끊겨 상당수 대표자들이 평양에 도착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의 인프라가 아무리 취약하다 해도 수해로 인한 교통사정 악화로 44년만에 소집된 당대표자회를 연기했다는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다수 대북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수해로 대표자들의 상경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은 그냥 꾸며댄 명분이고 진짜 이유는 따로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건강에 이상이 생겼거나 후계 승계 등 권력재편의 내부조율이 아직 안끝난데 따른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번 당대표자회에 워낙 많은 관심이 쏠려 있다 보니, 김 위원장의 건강에 큰 문제가 없다는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은 국회 정보위 발언에도 불구하고 ‘건강이상설’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수해로 인해 이번 당 대표자회가 연기됐다는 것은 위장이며, 의심의 여지 없이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 좋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정보에 정통한 정부소식통은 “당대표자회가 북한의 권력기구 재편과 관련해 주목을 받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조율이 끝나지 않았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당대표자회를 앞두고 북한 노동당의 직영 교육기관인 ‘김일성방송대’ 홈페이지에 “‘수령 후계자’를 제대로 뽑아 ‘유일적 영도체계’를 확립해야 한다”는 요지의 글이 올라왔다. 이에 앞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1면 사설에서 당 중심의 ‘유일영도체제’ 확립을 촉구한 바 있는데, 노동당의 위상 재확립과 노동당을 통한 김정은 후계구도 구축을 염두에 둔 글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