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낀 LPGA, 지각변동 예고

정일미ㆍ배경은 등 한국군단 국내 복귀 러시…‘알바족’ 선수 늘어

최근 2년간 경제불황으로 대회 수가 줄어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는 내년 또 한번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내년 미국 본토에서 열리는 대회 가운데 10월 현재까지 개최가 확정된 것은 11개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투어 측은 아시아와 남미 등지 대회를 유지하거나 신설해 이번 시즌과 비슷한 25개 정도로 맞춘다는 계획이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곳간’ 사정이 예전 같지 않자 LPGA 투어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앞다퉈 미국 무대에 진출했던 한국 선수 상당수가 ‘U턴’을 선택하고 있으며 ‘부업’ 전선에 뛰어드는 투어 선수들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군단 ‘U턴 러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무대를 주름잡다 미국으로 갔던 쟁쟁한 면면들을 내년에는 자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KLPGA는 19일 마감한 2011시즌 시드 순위전(11월16일 개막) 참가 신청자 357명에 정일미(38ㆍ엔프리시스), 김주미(26ㆍ하이트), 배경은(25ㆍ볼빅) 등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정연(31), 송아리(25), 최혜정(26), 조령아(26) 등도 신청서를 냈다. 정일미는 국내에서 8승을 올린 후 2004년 LPGA 투어로 진출해 한국선수들의 맏언니 역할을 해왔다. 김주미는 2003년 KLPGA 대상과 신인왕, 상금왕을 휩쓴 뒤 2006년 LPGA투어 SBS오픈에서 우승했고 2006년 미국에 진출한 배경은도 2005년 KLPGA 상금왕 출신이다. 이보다 앞서 홍진주, 임성아 등이 올해 KLPGA 투어로 복귀했다. KLPGA 투어의 대회 수가 줄지 않고 상금 규모도 커짐에 따라 명분보다는 실속을 선택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KLPGA 투어카드를 확보하려면 더 높아진 시드전 문턱을 넘어야 한다. 시드전은 지난해 4라운드 경기로 열렸지만 올해는 2라운드 예선과 3라운드 본선을 치른다. 예선 통과자 100명과 이번 시즌 상금랭킹 51∼70위 등 총 120명이 나서는 본선에서 50위 안에 들어야 내년 정규투어를 뛸 수 있다. ◇너도나도 ‘부업전선’으로= ‘아르바이트’에 나서는 선수가 늘고 있는 것도 투어 불황기에 생겨난 현상이다. 미국 이외 지역에서 열리는 경기는 ‘풀 필드(full field)’가 아닌 한정된 선수만 출전하는 대회가 많은 만큼 상금 수입에만 의존하기가 불안해졌기 때문이다. 다른 투어 대회에 나가는 것은 가장 흔한 부업이다. 한국 선수들이 KLPGA로 돌아오는 데에도 미국과 한국, 일본 투어를 병행하려는 의도가 있다. 일본에서 인기가 높은 폴라 크리머(미국)의 경우 수십만 달러의 초청료와 헬리콥터 지원까지 받고 일본 투어 대회에 출전해 짭짤한 부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은퇴한 아니카 소렌스탐처럼 코스 설계에 관심을 가진 선수들도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미녀 골퍼 안나 로손(호주)은 샤넬, 에스까다 등 명품 브랜드의 파트타임 모델 일을 하고 있으며 나탈리 걸비스(미국) 역시 달력이나 스포츠잡지 모델 일을 하기도 했다. 세계랭킹 2위 크리스티 커(미국)는 골퍼를 위한 피트니스센터를 건립했다. 신지애는 골프아카데미 조성 작업에 착수했고 최근 국내 대회에 출전한 박세리도 골프아카데미 건립 의사를 내비쳤다. 어니 엘스, 그렉 노먼 등이 성공한 와인 사업도 선수들이 눈여겨보는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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