泰, 다국적 제약사 특허권 부인

보건장관 "약값 낮추지 않으면 복제생산 늘릴것"
세계 제약업계 파장

태국 정부가 다국적 제약사들의 특허권을 무시하기로 결정해 세계 제약업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몽콜 나 송크라 태국 보건장관은 18일자 파아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서방의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암이나 심장질환 등 그들의 특허의약품의 가격을 낮추지 않는다면 태국은 독자적으로 이들에 대한 복제생산을 늘려 나갈 작정”이라며 “우리는 4,900만 국민들의 건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송크라 장관의 이번 발언은 이미 비전염성 질병관련 의약품의 특허권을 깬 태국이 이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공언이다. 앞서 지난달말 태국 정부는 특허권자의 의사에 상관없이 정부 등의 승인을 얻은 제3자가 특허권을 사용토록 하는 세계무역기구(WTO)의 ‘강제실시권’ 규정을 발동, 애보트의 에이즈 치료제 ‘칼레트라’와 브리스톨마이어스의 고혈압 치료제 ‘플래빅스’ 등 2종의 복제의약품 생산을 승인한 바 있다. 그동안 태국 정부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특허권을 무기로 이들 의약품가격을 고가로 책정, 돈 없는 자국의 가난한 사람들의 치료를 방해하고 있다고 비난해 왔다. 플래빅스의 경우 복제품의 가격은 한 알당 원제품(2달러)의 10분의1 수준인 18센트다. 송크라 장관은 “특허권자들이 의약품 가격을 합리적으로 정할 경우 원제품의 구매를 계속할 의향이 있다”며 유화적인 태도도 보였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이에 대해 “국제 규약의 침해”라며 “앞으로의 의약품 연구개발 활동을 방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제까지 아프리카 일부 빈국에서 에이즈 관련 약품 등을 무단으로 복제한 사례는 있으나 중진국 이상에서는 드물었다. 특허권을 부인하는 이런 경향이 다른 국가로 확산될 경우 다국적 제약사들에게 적지 않은 손실을 안겨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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