濠정부, 원주민 탄압 첫 공식사과

"도둑맞은 세대들이 겪은 고통에 사죄"

호주 정부가 처음으로 원주민을 탄압한 과거사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13일 파이낸셜타임스는 호주 정부가 이날 수도 캔버라 의회에서 만장일치로 원주민 사과 결의안을 채택한 데 이어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호주 정부가 과거 영국 식민지시절부터 지난 70년대까지 정책적으로 펴온 원주민 탄압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케빈 러드 호주 총리는 성명에서 "우리는 과거 '도둑맞은 세대(호주 원주민)'들이 겪은 법적ㆍ정책적인 부당한 대우를 인정하며 이로인해 원주민들이 겪은 깊은 슬픔과 고통, 상실감에 대해 사죄한다"고 밝혔다. 러드 총리는 "이는 우리 역사에 큰 오점"이라며 "앞으로 새로운 장을 열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드 총리의 사과 연설은 호주 전역에 생방송됐다. 호주 정부의 이 같은 화해 제스처는 그간 원주민 박해를 인정하지 않은 이전 정부들의 모습과 대조적일 뿐 아니라 처음으로 초기 정착자들이 저지른 반인륜적 만행과 이후 원주민들을 핍박했던 전행에 대해 용서를 구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호주 정부는 지난 70년대까지 문화적 동화정책이라는 미명아래 원주민 아이들을 부모로부터 강제 이주시켜 호주 백인가정에서 양육되도록 했다. 톰 칼마 원주민들을 위한 인권ㆍ기회균등위원회 대표는 정부의 성명을 환영하며 "건강과 보건측면에서의 불평등이 속히 해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주에서 원주민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인구의 2%(46만명)에 불과하나 대부분이 빈곤층에 속하고 일반 호주인들보다 평균수명이 17년이나 짧다. 11년간 호주를 이끈 존 하워드 전 총리는 "지금 호주인들과 직접 관련이 없는 지난날의 일에 대해 잘못을 느낄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는 등 반원주민 정책을 고수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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