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작불 스토브로 전기와 얼음 만든다

냉장고 겸용 발전용 스토브… 기체의 음파 발생 원리 활용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끝없는 과학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전 세계적으로 20억명의 사람들이 장작불을 이용해 음식을 조리하는 전통적 방법을 사용한다. 장작불은 저렴하고 낭만적인 조리도구이기는 하지만 환경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결코 권장할 만한 방법이 아니다. 장작불의 연기에는 만성 기관지염을 일으킬 수 있는 유해물질이 가득 차 있는데다 전체 에너지의 약 90%가 음식 조리에 쓰이지 못한 채 허공으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장작불이 가장 이상적인 조리도구가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최근 영국 노팅엄 대학의 엔지니어들이 총 400만 달러(40억원)의 연구비를 투자, 음식 조리는 물론 발전기와 냉장고 용도로까지 쓸 수 있는 신개념 장작불 스토브(stove)의 개발에 나섰기 때문이다. 요리, 냉장, 스토브의 약자를 따 ‘스코어(SCORE)’로 명명된 이 프로젝트에서 연구팀은 오는 2009년 이전에 시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30~40달러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상용화할 계획이다. 파이프와 열교환기로 이루어진 이 스코어는 뜨거운 기체와 차가운 기체가 만나면 상호반응에 의해 음파가 발생하는 물리적 현상을 활용한다. 즉 장작불이 스토브의 한쪽 파이프를 가열하는 동안 다른 한쪽에서는 차가운 물이 파이프 내부의 공기를 차갑게 유지한다. 이렇게 하면 고온과 저온의 기체가 중간부(열교환기)에서 만나게 되는데, 이들이 열평형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충돌하면서 음파가 발생한다. 바로 이 음파의 힘으로 와이어 코일이 자석으로 된 실린더 안으로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며 교류전기가 생성되는 것. 특히 이 과정에서 냉각수의 일부가 파이프 내부에서 얼어붙어 얼음이 되기 때문에 이를 음식 보존에 사용할 수도 있다. 이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폴 릴리 박사는 “연구팀의 최종 목표는 스토브를 개발도상국 농촌마을에 보급, 환경개선 효과를 얻는 것”이라며 “차질 없이 개발이 진행되면 향후 5년 이내에 연간 수 백 만대의 스코어를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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