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항공사 발목잡는 항공정책
김홍길 산업부 기자
김홍길 산업부 기자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이 주무부서인 건설교통부를 상대로 지난주 소송을 냈다.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4월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항공업계에서만 올들어 두번째다.
여기서 한번 짚어볼 문제가 있다.
왜 국내 항공사들이 돌아가면서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내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단지 항공사들의 밥그릇 싸움으로만 돌리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 기업생리상 어지간한 일로는 정부를 상대로 싸움(?)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민간기업들이 주무부서를 상대로 잇따라 소송 제기에 나선 것은 정부가 뭔가 크게 잘못했기 때문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대한항공이 제기한 이번 소송의 발단은 최근 건교부의 타이완 노선 배분 결과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경쟁업체에 너무 편파적으로 노선을 배분해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 대한항공의 주장이다. 사실 정부는 지난 92년 타이완과의 단교 이후 대한항공의 기존 노선이 복항될 경우 그대로 배분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문서로 확인해줬지만 최근 노선 배분에서는 이런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심지어 정부는 그때의 문서를 "실수였다"는 해명으로 일관했다. 심이택 대한항공 부회장이 소송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정부문서가 무슨 애들 장난이냐"며 성토한 것도 이 같은 정부의 태도 때문이다.
타이완 노선 배분에서 상대적으로 실리를 챙긴 아시아나측도 단기노선에 대한 후발업체 몰아주기 원칙이 무너졌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는 마찬가지다.
문제는 정부다. 주요 노선을 배분할 때마다 이런 소모적인 논쟁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정부의 정책이 잘못된 때문이다. 공평하고 흔들림 없는 노선 배분원칙이 정해져 있다면 민간기업들이 막강한 힘을 가진 정부를 상대로 목소리를 높일 수는 없을 것이다. 한 항공사의 고위관계자는 "글로벌 항공사들이 이합집산과 동맹체 강화를 통해 세계 항공시장을 공략하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도 기업의 발목을 잡는 항공정책에 묶여 있다"는 말로 정부의 항공정책을 비난했다. 이제는 정부의 항공정책도 글로벌 시대에 맞춰 새 판을 짜야 한다.
what@sed.co.kr
입력시간 : 2004-11-22 1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