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사설] 韓·美·日 협조체제 강화해야

최근 한국을 방문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햇볕정책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김 대통령은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양국이 동맹을 강화하기로 합의했음을 명확히 밝혔다. 지난달 말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비난한 이후 한미 관계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번 부시 대통령의 방한으로 양국 정상의 북한에 대한 인식 차이가 좁혀졌다는 흔적은 찾을 수 없지만 서로가 협조의 중요성을 확인했다는 점은 우선 환영하고 싶다. 김 대통령의 대북 포용정책에도 불구하고 남북간 대화는 전혀 진전되지 않고 있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더욱 철저히 할 것임을 천명하고 있다. 국제 정세는 극도로 어지러운 상태다. 그런 만큼 동북 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 한ㆍ미ㆍ일 세 국가가 서로의 입장과 관점의 차이를 극복하고 협조체제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미 양국 정상의 공동 회견에서 북한의 김정일 정권을 강하게 비판한 부시 대통령의 확신에 가득찬 표정과 김 대통령의 굳어진 얼굴이 대조적이었다. 양측 정상간 북한에 대한 인식 및 정책을 둘러싸고 뚜렷한 견해 차가 있었음을 엿볼 수 있다. 김 대통령은 재작년 6월 북한을 방문한 이후 김정일 노동당 총서기의 방한을 추진하면서 기존의 포용정책을 지속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반면 부시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지속해왔으며 지난해 9월 테러 사태 이후 그 경향은 더욱 분명해졌다. 미 중앙정보국(CIA)에 따르면 북한은 9ㆍ11 테러 이후에도 개발도상국에 대한 미사일 기술ㆍ병기 수출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러 근절을 최대 목표로 하고 있는 미국의 부시 정권이 북한에 대해 강경 자세를 취하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부시 대통령은 김 대통령의 포용정책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는 한편 북한과 대화의 길을 막고 있지는 않다. 김 대통령의 포용정책을 '당근'이라고 한다면 부시 대통령은 '채찍'으로 북한의 정책 변경을 구하고 있는 듯 보인다. 김 대통령은 한미 양국이 대북 정책에 있어 중요하게 여기는 사안은 다르지만 양측간에 "근본적인 차이는 없다"고 밝혔다. 양국이 긴밀히 협력하고 역할 분담을 한다면 보다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은 마찰이 표면화된 한미 동맹관계가 원활히 유지될 수 있도록 측면에서 지원해야 할 것이다. 한ㆍ미ㆍ일 3국의 협조체제가 동북 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의 토대이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2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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