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시장 빅뱅 휘몰아치나

■ D램 현물가 1弗 붕괴 눈앞
"치킨게임 막바지…이대로 가면 공멸" 경고속
삼성전자 원가경쟁력 앞세워 4분기 증산예고
일부선 감산 움직임 "연말 바닥찍을것" 전망도



지난 9월 하락세로 돌아선 D램 가격이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면서 세계 메모리반도체 업계가 한바탕 구조조정의 격랑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제3의 반도체 빅뱅’이 휘몰아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한국ㆍ일본ㆍ대만 등의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의 호황을 구가하며 일제히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해왔다. 그러나 올 들어 급증한 재고와 예상보다 부진한 수요 등으로 D램 가격은 주력 제품인 512메가비트(Mb) DDR2 가격이 1달러선에 근접할 정도로 바닥권으로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공격적인 설비투자와 함께 4ㆍ4분기 D램 20% 증산을 예고한 상태여서 메모리 업계의 ‘치킨게임’은 사실상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는 차별화된 원가경쟁력을 앞세워 3ㆍ4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9,2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자신감을 무기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일부 업체들이 본격적인 감산에 돌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반도체 가격이 연말에 바닥을 찍고 턴어라운드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이대로 가면 공멸(?)=“D램 업체들이 설비투자를 축소하지 않을 경우 엄청난 재앙을 초래할 것이다.” 올해 세계 D램 시장의 마이너스 성장을 예측한 아이서플라이는 최근 이 같은 충격적인 경고를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아이서플라이는 “현재 가격하락 추세를 볼 때 연말이면 모든 반도체 업체들이 D램 사업에서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라며 “4ㆍ4분기에도 반도체 수요 증가세 16.5%보다 더 높은 17.1%의 가격하락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아이서플라이는 내년 1ㆍ4분기에는 수익성이 느리지만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점쳤다. 아이서플라이의 이 같은 경고는 급변한 시장상황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기관은 6월 세계 반도체 시장 성장률을 연초의 8.1%에서 6%로 조정하면서도 반도체 시장에 대해 “근본적으로 건강한 상태”라며 연초의 가격 하락세를 딛고 하반기부터 본격 수요가 살아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는 반도체 업체들이 설비투자를 줄일 것으로 내다봤다. 가트너는 최근 2008년 반도체 장비시장 규모를 당초 457억달러에서 437억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가트너는 “올해 D램 업체들의 장비투자가 예상을 뛰어넘었지만 내년에는 급격히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미국 D램 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내년 투자예산을 올해 40억달러보다 37.5% 줄어든 25억달러로 확정했다. 시장에서는 일본ㆍ독일ㆍ하이닉스 등 해외 업체들과 제휴, 공경적인 성장전략을 추구해온 대만 업체들이 가장 먼저 구조조정의 타깃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선두 업체들이 불황기에 후발주자인 대만 업체들에 기술이전을 기피할 가능성이 높아 원가경쟁력 측면에서 일부 업체의 인수합병(M&A)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삼성전자 등 선발 업체 차별화 커진다=4ㆍ4분기 D램 가격은 1달러선이 붕괴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가격구조하에서는 거의 대부분 업체들이 원가 이하로 D램을 팔아야 한다는 점. 그러나 이 상황에서 먼저 생산감축에 나설 경우 생기는 시장 공백을 다른 업체들이 나눠먹게 돼 밀리는 기업은 경쟁력을 크게 상실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치킨게임이 극한상황까지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겨냥한 듯 삼성전자는 4ㆍ4분기 중 D램과 낸드 플래시의 비트그로스(Bit Growthㆍ출하량을 비트로 환산해 계산한 성장률)를 각각 20% 중반, 30% 후반대로 잡아 증산에 나설 방침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이처럼 D램과 낸드 플래시 출하량을 대폭 늘리게 되면 원가도 20~30% 정도 낮아져 메모리 가격 하락세에도 수익을 유지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이닉스도 내년 청주 낸드 플래시 라인이 본격 가동되면 낸드 비중을 크게 늘려 메모리 시황에 대처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이와 함께 비록 현물시장에 D램 공급을 중단했지만 고정거래선 공급을 늘리는 등 D램 생산량을 줄일 계획이 없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결국 고부가전략 등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는 삼성전자ㆍ하이닉스 등 선발 업체와 이를 추격하는 후발 업체의 치킨게임 승부가 어떻게 결말이 나는지에 따라 메모리반도체 업계가 새롭게 재편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기업들의 공격적인 증산이 후발 업체들을 자극하면 오히려 공급초과 현상을 장기화시켜 반도체 시장 전체를 수렁에 빠뜨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래저래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한바탕 회오리가 휘몰아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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