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경제소사/4월14일] 티포트 돔 스캔들


1922년 4월14일, 미국이 발칵 뒤집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의 티포트 돔(Teapot Dom) 폭로 기사 때문이다. 어렵사리 마련한 해군 석유저장소가 뇌물과 부정부패의 온상이라는 기사에 미국 전역이 얼어붙었다. 당사자들은 즉각 부인하고 나섰다. 심지어 ‘빨갱이들이 미국을 전복하려는 음모’라는 반발도 없지 않았다. 티포트돔 스캔들의 시작은 도둑질. 민간인들이 미군의 연료기지 근처에 유정을 뚫어 국가 재산을 훔쳐간다는 지적 때문이다. 1991년 국경 인근의 유전에 구멍을 파서 기름을 훔쳐간다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이유와 맥락이 같다. 당시 미 해군이 택한 방법은 매입. 주변 땅을 사들였다.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부패로 유명한 공화당 하딩 정권 집권 이후. 석유기지 관할권을 해군부에서 내무부로 넘긴 후 온갖 잡음이 일었다. 석유저장소이자 유전 가능지인 티포트돔을 인수한 하딩 정권의 내무부 장관 앨버트 폴은 운영을 업자들에게 넘겨버렸다. 공식적인 입찰절차나 과정도 없었다. 뇌물 40만9,000달러. 처음에는 내무장관 폴의 개인비리로 여겨졌던 스캔들은 만질수록 커졌다. 미국 굴지의 석유업자가 줄줄이 관련되고 집권당인 공화당의 정치자금으로 불하특혜 자금이 들어갔다는 정황이 속속들이 드러났다. 하딩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사망도 티프트돔 스캔들이 불거졌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상원 조사위원회의 청문회 과정에서 죄상이 드러난 내무장관 폴은 구속 수감됐다. 미국 역사상 현직 각료 최초의 감옥행. 이것으로 끝났을까. 그렇다. 최소한 네 명의 기업인이 관련되고 그중 두 명은 중죄에 해당됐지만 누구도 처벌 받지 않았다. 오늘날 한국에서도 기업인들은 어지간하면 처벌 받지 않는다. 유전무죄(有錢無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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