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엔 환율이 연일 하락세를 보이며 930원대까지 추락했다. 원화환율과 엔화환율간 탈동조화(디커플링)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지난 1월 말 세자리로 떨어진 원ㆍ엔 환율은 이제 900원대마저 위협받고 있다. 3개월째 원ㆍ엔 환율 ‘1대9’ 등식이 고착화되면서 세계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고 있는 수출기업들의 경쟁력 약화는 물론 전체 수출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원·엔 환율은 이달 8일 933원85전을 기록하며 98년 8월28일(931원40전) 이후 6년8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원·엔 환율이 급락세를 보이는 것은 원ㆍ달러 환율이 엔ㆍ달러 환율의 상승폭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엔화는 미국이 지속적인 금리인상으로 제로금리 상태인 일본과 금리차를 벌리자 달러에 대한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올초 102엔대까지 떨어졌던 엔ㆍ달러 환율은 최근 108엔선까지 올라섰다. 반면 원ㆍ달러 환율은 지난달 장중 1,000원이 무너진 뒤 외환당국의 방어 의지로 1,010원대까지 올라섰지만 추가 상승에 애를 먹고 있다. 엔화가치는 올들어 달러에 대해 5% 가량 떨어졌지만 원화는 오히려 2% 정도 올랐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콜금리를 5개월째 동결했지만 서울 외환시장에서 한미 금리차 축소에 따른 자금이탈은 아직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새 회계연도 시작으로 자금이탈을 우려하는 일본 외환시장과는 대조적인 양상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원ㆍ엔 환율의 800원대 진입이 멀지 않았다는 분위기다. 지난달 중순 이후 보름새 30원 가량 떨어지는 등 하락세가 가팔라 900원대도 안심하기 어렵다는 것. 외국계 은행의 한 관계자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원화환율이 달러화에 비해 ‘나 홀로 강세’를 보이는 이상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원ㆍ엔 환율 900원대 붕괴는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외환당국은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 강세가 이미 진정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약세로 돌아설 요인이 많아 급격한 원ㆍ엔 환율 하락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은 외환시장팀의 한 관계자는 “수출기업들이 원화환율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환율 하락) 전망하면서 원ㆍ엔 환율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기업들의 환율에 대한 공포감만 가시면 이 같은 과도기적인 상황은 끝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원ㆍ엔 환율 바닥에 대한 경계감 확산도 원ㆍ달러 상승을 부추길 것으로 예상했다.